둘 다 아기인 것 같지만
커버 사진에 있는 고양이는 이사 온 뒤로 고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환경에서 쓸쓸함을 느꼈던 내게 많은 웃음을 주었다. 이 녀석은 요즘 더위를 피해 차 밑에 자주 들어가기에 좀 걱정을 했었는데, 어느 날 그렌저 밑에 숨어있던 녀석이 차주인이 타자마자 그렌저 밑을 떠나 레이 밑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는 생각보다 훨씬 똑똑한 애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녀석은 내가 퇴근하는 여섯 시 반쯤 동네를 어슬렁거리는데, 아마도 그즈음이 그나마 더위가 덜해지는 분기점이라서가 아닌가 싶다. 놈은 내가 차 밑에 엎드리다시피 해서 말을 건 뒤로 내가 좀 이상하긴 해도 해코지는 안 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나를 보고 바로 도망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만지게 해 주거나 가까이 오는 것도 아니지만. 귀엽다.
조카는 태어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조리원에서 두 번째로 큰 아이라고 소문이 났단다. 언니와 조카가 조리원에 들어가는 일정이 나와 맞지 않아서 아직 한 번도 안아보지 못했는데, 5년 넘게 운동한 오빠가 묵직하다고 하는 걸 보니 조금 겁이 난다. 물론 내 아이가 아니기에 현실적인 걱정보다 '귀엽다'나 '애기가 오늘은 응가를 많이 했을까' 같은 단편적인 일들만 생각나는 거겠지만, 그리고 아가가 태어났을 때 난 이미 많이 치료된 상태였지만. 아기가 있기에 좀 더 내가 이 순간 이 자리에 충실하게 묶여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번 만나보자도, 안아보지도 못한 아기를 벌써부터 사랑하게 되었다.
고양이는 내가 2미터 정도까지 가까이 오는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1cm이라도 더 가까워지면 그만큼 더 멀리 가서 하던 일을 한다. 원칙이 있는 고양이이다. 경리나 인사 업무를 맡기면 잘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