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한번 받기 힘들다
-콜리(Le colis)는 소포, 꾸러미라는 뜻입니다-
어느 정도 프랑스 생활이 익숙해진 후에도 나를 긴장시키는 것들이 어찌 한 가지뿐이랴만 한 가지만 꼽으라면 택배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내 프랑스 생활 기간은 전부 합쳐도 2년 정도밖에 안 되는 만큼 길다고는 할 수 없는데, 그 짧은 기간 동안 택배 문제는 용케도 자주 나를 괴롭혔다. 나만 괴롭힌 건 아니지만. 이런 문제는 익숙해지는 수밖에 방법이 없는데 익숙해지는 건 익숙해지는 거고, 대체 어떤 체계로 돌아가는 건지 모를 택배 서비스 경험에 기막혀하지 않을 날이 오려면 무척 오래 걸릴 것 같다.
택배에 관한 말들은 내가 제일 먼저 어눌하게 구사하게 된 프랑스어 중 하나였다. 어떤 물건을 어디서 사야 하는지 모르는 외국인에게 인터넷 쇼핑은 좋은 대안이었고, 가족들이 꼭꼭 채워 보내주는 소포까지 합치면 나는 택배를 받는 일이 잦았다. 문제는 배달부가 계단밖에 없는 아파트 5층까지 올라오는 일은 드물었다는 것이고, 또 내가 프랑스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회사를 다닐 때는 그래도 리셉션에서 택배를 받아 주는 회사여서 많이 도움을 받았었는데, 회사를 그만둔 후부터 나는 다른 말은 못 해도 Laissez le colis devant la porte s'il vous plaît(택배를 문 앞에 놓아주세요), Je descends(내려갑니다), Colissimo emballage international s'il vous plaît(국제 택배 상자 주세요) 같은 말은 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내 노력과는 상관없는 곳에 있었다. 택배를 받을 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배달부가 방문하여 내가 집에 있는지 확인 전화를 했을 때 내가 바로 전화를 받고 내려가 물건을 받아오는 것이다. 만약 전화를 받지 못하면 벌어지는 상황들은 다음과 같다.
- 기사가 재방문 (이 상황은 별로 나쁠 것이 없다. 그 시간에 집에 있기만 한다면!)
- 관리인에게 맡기고 감 (관리인이 운 좋게 자리에 있다면)
- 기사가 택배를 집 근처 우체국 아무 데나 맡겨놓고 감 (매번 같은 지점에 맡겨주지는 않으므로 대충 저번이랑 같은 곳에 맡겼겠지 생각하고 저번에 갔던 우체국 가면 큰 낭패를 볼 것이다)
- 기사가 택배를 릴레이 제휴 상점에 맡겨놓고 감 (완전히 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종종 집 근처 편의점에 택배를 맡겨주는 서비스가 있듯이 이곳에서도 비슷한 서비스 제휴 상점에 맡길 때가 있다. 지금까지 가장 가까운 상점은 5분 거리였고 가장 먼 상점은 20분 거리였다.)
지금까지 겪어 본 가장 나쁜 상황은 내가 보낸 소포를 다니엘이 제때 찾지 않아 소포가 우체국에 1주일 정도 머물렀을 때다. 우체국 측에서는 다니엘에게 '제때 안 찾아가길래 반송합니다-나는 이때 꽈배기가 되어 다른 건 한두 달씩 걸리는 나라가 이럴 때만 빠르다고 생각했다-'라고 했고 다니엘은 찾으러 갈 테니 다시 가져다 달라고 했으며 우체국 측에서는 알았다고 했는데 이 건은 그 후로 행방불명되어 다시는 찾지 못했다. 또 다른 나쁜 상황으로는 다니엘 친구가 보낸 선물이 집이 아닌 릴레이 제휴 상점에 도착했을 때인데 다니엘이 4일 정도 못 찾으러 간 사이 상점 측에서 반송시켜 결국 다니엘 친구도 모르는 사이 물건이 환불된 건이 있었다. 물론 소리 소문 없이 물품이 실종된 건도 두 번 정도 있었다.
얼마 전 캠핑 준비를 하면서 "복잡한데 그냥 집으로 배송시키지 뭐, 어차피 나 집에 있을 건데."라고 말하는 나와 "근데 지금 8월이잖아. 관리인도 휴가 가고 없어. 사람 집에 있는데도 확인 안 하는 기사 걸리면 우리 택배 3주 있다가 받을 수도 있어"라고 말하는 다니엘의 대화에서 나는 또 한 번 깊은 문화의 차이를 느꼈다. 왜 돈을 내고 사용하는 서비스인데 매번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받는가!! 한국인은 이를 악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