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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Jul 14. 2021

거리 두고 서귀포 바다에 취해본다 :썩은섬

서귀포 강정 모세의 기적

올레 7코스를 지나가면서 봤던 썩은섬.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라고 하여 썰물 때 다시 와서 섬에 들어가 봐야지 했던 것을 시행했다. 


친구에게 "썩은섬 가자"라고 했더니 자기 귀를 의심하며 "썩은섬?" 이라고 되묻는다. 하고 많은 제주의 예쁜 섬들 중에 왜 하필 썩은 곳을 가냐는 듯. 썩은섬의 이름의 유래는 죽은 흙으로 구성된 토질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또 다른 이름의 유래는 죽은 고래가 떠밀려와 실제로 썩어서 냄새 때문에 썩은섬이라는 얘기다. 고래 죽는 얘기는 슬프니까 전자로 받아들이기로 취사선택해본다. 


썩은섬을 카카오맵에 쳐도 나오지 않는다. 한자어로 음차해서 '서건도'라고 한다. 서건도로 검색하면 볼 수 있다. '부도' 또는 '서근도' 라고 하다가 서건도가 되어버렸다. 


서귀포 강정 모세의 기적 


썩은섬은 서귀포 강정동에 위치한 썩은섬은 하루 2번 육지와 연결된다. 


물이 들어와 있을 때의 썩은섬


바다 갈라짐은 전국적으로 썩은섬을 포함하여 대여섯 군데 있다. 썰물 때 주위보다 높은 해저 지형이 노출되어 마치 바다를 가르는 듯해 보이지만 그냥 지형이 그렇고 인력이 작용하여 생긴 간만조 때문에 생기는 자연현상일 뿐이다. 


물이 들어와 있을 때는 바다 때문에 굉장히 멀게 그리고 외롭게 느껴졌던 썩은섬이다. 썰물 때 새까만 현무암들로 육지와 연결되어 지척으로 느껴지는 썩은섬을 본다면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좀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200m의 울퉁불퉁한 돌들을 걸어야 


썩은섬과 뭍과의 거리는 약 200m이다. 수심 2m의 바닷물이었으니 사실 밀물 때라도 스노클링이나 수영으로도 충분히 건너갈 수 있는 거리이다. 하지만 물길이 걷히고 썩은섬이 뭍이 되었을 때 폭이 약 80m 나 되는 너른 빌레가 드러난다. 


썩은섬을 들어가는 길은 꽤나 험하다. 바닷물에 젖을 것을 예상하여 그냥 슬리퍼를 신었는데, 넘어질 정도로 미끄럽지는 않지만 울퉁불퉁한 돌들이 굉장히 많아 차라리 물이 차있을 때 둥실 떠서 들어가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등산화를 신으면 훨씬 수월하겠지만 가까이 있는 바닷물에 풍덩풍덩 하는 재미가 줄어버린다. 




금방이라도 날아갈 것 같이 생긴 앵무새 모양의 기암괴석이 있다. 물이 차있을 때 머리가 빼꼼 보였던 바위이다.



썩은섬 주위의 바다를 너븐물이라고 부른다. 투명한 색깔에 파도도 거의 치지 않는 곳이라 스노클링 하면서 놀기 딱 좋게 보인다.  



15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는 작은 무인도


썩은섬은 아주 작다. 구경하느라 멈춰서는 것 말고 한 바퀴 다 도는데 15분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나무들 사이로 길이 나 있다. 내부에 오르막, 내리막도 없다. 벤치도 한 두 개 있다. 



하지만 막상 썩은섬에 들어가서 바다를 보면 이거 참 물때 놓치기 딱 좋겠다 싶다. 바다 풍경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여기서 바라보는 서귀포 바다는 정말이지 아름답다. 강정 미군기지를 위한 방파제가 삐이쭈욱 튀어나와 있어 경치를 방해하지만 애써 안 보이는 척하고 범섬, 문섬, 섶섬 쪽 바다를 바라보면 최고다. 여기 앉아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면서 아무 말도 없이 멍 때리면 천상 극락이겠다며 카페인을 찾았다. 보온병에 아이스커피를 싸들고 들어와서 돗자리 깔고 아예 제대로 자리 잡고 있으면 훨씬 좋겠다. 하지만 알람은 맞춰놔야 한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이 시기에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조용하고도 최상의 바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육지 쪽을 바라보면 고근산과 월드컵경기장이 보인다. 



썩은섬에서 나와 서쪽 썩은섬 절벽이 보며 찰방찰방 바닷물에 발 담그고 놀고 있는데 순식간에 파란 하늘에서 회색 하늘로 변해버렸다.



새파란 하늘에 팔토시가 필요할 정도로 뜨거운 햇빛이었는데, 곧 어두워지더니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와! 정말 엄청난 제주도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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