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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해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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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Jul 19. 2021

해녀학교 운동장을 벗어나서

첫우중 물질, 첫 타바다 물질

해녀학교 운동장을 빗겨서 조금 옆 바당으로 


비 소식이 예정되어 있던 등교일. 등교 시간 30분 전 알람이 울린다. 해녀학교 운동장 바다가 파도가 높으니 조금 서쪽에 떨어진 바다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공지였다. 와! 다른 바다라니 너무 신나잖아~ 그래도 우리는 아예 한림읍 귀덕리를 벗어난 바다는 들어갈 수 없다.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해산물 채취가 가능한 해녀학교 학생들이기 때문에 다른 해녀밭에 들어가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은 타 바다밭 주인인 해녀 분들을 방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녀학교에서 서쪽으로 약 1km 정도 떨어진 바다에 들어간다. 해녀 삼촌께 여쭤보니 여기도 물질 작업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홱홱 변하는 제주 날씨


원래 비 소식이 있었다. 하지만 아주 예쁜 하늘색을 띠고 있었다. 13시 정각. 쨍한 날씨였다. 


신나서 들어갔는데, 14시가 되기 조금 전부터 하늘이 금세 어두워지더니 비가 후두두둑 떨어진다. 두 달이 넘도록 비가 내렸던 적이 없이 날씨 운이 좋았던 매주 토요일이어서 우리는 우중 물질을 처음 해보았다. 어차피 젖어있어 비가 오든 말든 상관없었지만 수면으로 나왔을 때 짜지 않은 물이 얼굴을 적셔 주는 게 좋다. 내리쬐는 태양 밑에서 다이빙하는 것도 좋지만, 비 맞으며 하는 다이빙도 좋다. 결국, 다 좋다는 말이다. 




옆 바닷속 풍경


바닷속에서도 용암의 흔적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데, 해녀학교 운동장에서 보지 못했던 거북등 무늬가 보였다. 대포 주상절리와 같이 '주상절리'를 옆에서 보면 수직으로 늘어선 선들이다. 이를 위에서 바라보면 바로 육각형 모양의 거북등 무늬를 보인다. 용암이 빠르게 식으면서 쩍쩍 갈라져서 생긴다. 



원담으로 멸치를 많이 잡았다고 하는데, 왜 멸치들이 많이 잡혔는지 알겠다. 이렇게 얕게 위치하면서 뭍 쪽으로 가까이 온다. 이렇게 너희는 제주 흑돼지에 찍어 먹는 멜젓이 된다. 먹을 때도 맛있지만 무엇보다 바닷속에서 은빛으로 반짝대며 빠르게 움직이는 멸치떼를 만나면 같이 흥겨워진다




우주 최고 존엄 멋있는 해녀!!!


오늘 우리 조의 해녀 삼촌께서 오시자마자

"맨날 같은 데만 들어가다가 새로운 데 들어가니 좋지?"

하신다. 우리는 우렁차게 대답했다. 

"네!!!!"


해녀 삼촌은 계속 잠수하셔서 물건을 해다가 학생들 테왁에 넣어주신다. 나갈 때까지 주욱 삼촌의 테왁은 텅 비어있었다. 말수가 적으셨지만 츤데레의 면모를 보여주셨던 삼촌. 처음 보는 조개류들을 여쭤보면 이름을 알려주신다. 이름과 함께 이어지는 질문은 "먹을 수 있는 거예요?"이다. 


물속에서는 많이 움직이는 것이 에너지 소모가 많고 대부분 불필요한 움직임이다.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가만히 있으면 떠서 수면으로 나올 수 있지만 당황해서 발버둥 치는 등 많이 움직여 기력이 쇠하고 힘이 빠져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50년 경력의 해녀 삼촌에 비하면 한참 모자라도 한참 한참 모자란 해녀 학교 학생들에 비해 군더더기 없이 최소한의 움직임을 보여주시는 해녀 삼촌이시다. 해녀 삼촌들의 수중 움직임은 가히 감동적이다. 



수면이 물방울로 인해 투둑 투둑 변화를 보이면서 빗소리가 만들어지는 것도 좋다. 


얕은 데 가서 보말을 따시고, 깊은 데가 나오면 아무렇지도 않게 잠수하셨다 나오신다. 오늘도 최고 존엄 최고 멋있다. 




다음 주에 2022년에 딸 성게 씨를 뿌리신다. 성게 씨를 뿌리지 않으면 자연산 성게 수가 어떻게 되냐고 여쭤봤더니 거의 없다고 하셨다. 그리고 전복은 씨를 뿌려도 다 죽어 소용이 없다. 올해 전복을 딴 해녀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도 말씀하셨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전복을 본 사람이 없다. "전복 따는 해녀"는 다 옛날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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