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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Aug 13. 2021

한라산 소주 배경 그린 이를 아시나요?

제주 김택화 미술관

김택화 화가의 생애


김택화라고 하면 낯설지만 한라산 소주는 알 것이다. 제주에 오면 마시게 되는 한라산 소주의 그림 원화를 그린 사람이 바로 제주 출신 故김택화 화백이다. 1990년대 4‧3 항쟁 소설 ⌜한라산⌟ 삽화를 그린 이이기도 하다. 



제주 출신의 화가 김택화 님은 1940년 제주시 노형동에서 태어났고, 1950년 한국전쟁으로 피난 왔던 홍종명 화가에게 처음으로 그림을 배웠다. 화가가 되기 위해 서울에 올라가 1960년 제주 출신 최초로 홍익대 서양화과에 입학하였으니 상경의 목표를 이루셨다. 1962년 1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작품 <NO.7>으로 특선에 입상하고, 한국 최초의 추상표현주의 그룹 ORIGIN을 창립하여 활동한다. 그룹 오리진 멤버로는 이승조, 서승원, 최명영 등이 있다. 홍익대 교수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애제자였다고 한다. 


그렇게 서울에 있다 생활고로 1965년 제주로 귀향한다. 제주 시내 사립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지내다가 1970년대 초반부터 제주 풍경에 반해 이후 평생을 제주에 머무르며 전업작가로 활동한다. 제주의 풍광에 철저하게 사로잡혔고, 같은 대상을 여러 번 그리며 제주를 그림 폭에 담아냈다. 가장 제주스러운 풍경을 제주인의 피가 흐르는 작가가 화폭에 남긴 것이다. 약 30년 동안 제주만을 그리던 화가는 2003년 말기 암 판정을 받고 2006년 연명한다. 


김택화 화백의 일생에 관한 자세한 기사가 있어 첨부한다.

http://www.daljin.com/column/18546



작품이 벽을 차고 넘치는 김택화 미술관


무뚝뚝한 느낌의 미술관 외관이지만, 내부는 미술관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콘크리트의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고 내부도 마찬가지이다. 



2019년 12월 제주시 조천읍 신흥로에 김택환 미술관이 개관하였다. 김택화 미술관은 사립 미술관이다. 제주의 도립 미술관이면서 작가의 이름이 붙은 미술관은 이중섭 미술관과 김창열 미술관이 있다. 이중섭 미술관이 화가의 명성이나 미술관의 위치, 명분, 명성에 비해 이중섭의 작품이 전무하다시피해 화가의 이름을 건 도립 미술관이라기엔 초라하다. 그에 비해 김택화 미술관은 벽이 화백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기에 좁다는 듯 그림들이 꽉꽉 채우고 있어 반갑고 고맙다. 작품과 작가를 자신 있게, 그리고 제대로 보여주는 미술관이다. 시간 상 제주에서 단 하나의 미술관만 가야 한다면 나는 김택화 미술관을 가겠다. 제대로 된 작품 없이 엽서가 가득한 이중섭 미술관보다 제주 곳곳을 담아낸 이곳이 바로 진정 제주를 상징하는 미술관이 아닐까. 나는 이곳을 감히 '제주화 미술관'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림에 둘러싸여 요가 한 시간


남서쪽에 숙소가 위치해서 북동쪽을 방문하기가 가장 어려웠다. 가까이 있었다면 매우 자주 방문했을 김택화 미술관이다. 제주에 머물며 '갤러리', '미술관'이라는 이름이 붙은 데는 아무 고민 없이 찾아갔다. 카카오 맵에 뜨면 바로 검색하고 방문하였는데, 그렇게 알게 된 미술관이 바로 김택화 미술관이었다. 신기하게도 미술관 안에서 1시간 동안 진행하는 요가 클래스가 있다고 하여 신청하였다. 미술관 공식 오픈은 11시, 한 시간 전 10시부터 요가 클래스가 열린다. 관람객 없이 소수의 인원만 등록할 수 있는 요가 클래스이다. 6월에 한 번 그리고 전시가 바뀐 8월에 한 번 김택화 미술관을 찾아 요가를 했다. 



요가는 나의 운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두 번에 걸친 요가 클래스에서도 다시 한번 요가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공간이 주는 느낌은 특별하다. 요가를 하며 '시선을 멀리 보세요.' 등 시선 처리를 할 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작품들인 것이 좋다. 화가의 눈과 손이 담아낸 제주의 색은 풍요롭다. 유화로 둘러싸인 공간 속에 누워있음은 아름다운 제주에 폭 안긴 느낌이다. 




현재 김택화 미술관 전시 : 김택화 인물화 전


2021년 6월에 찾아갔을 때는 특별한 기획전 없이 상설 전시로만 꾸며져 있었다. 2021년 7월 22일부터 8월 30일까지는 김택화 인물화 전이 열렸다. 인물상, 자화상, 해녀, 모델 등 다양한 인물화가 약 30여 점이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제주 풍경 그림들도 있으니 풍경화와 인물화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인물화보다 제주 풍경 그림들이 더 좋았다. 날씨와 빛, 시간과 순간 그리고 나의 상태에 따라 단 한순간도 같지 않은 아름다운 제주의 모습은 계속 봐도 질리지 않고, 봐도 봐도 계속 보고 싶고 또, 계속 담고 싶은 마음이다. 아마 화가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김택화 화백이 남긴 제주 풍경엔 초가집들이 가득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렇게 초가집과 옛 모습의 포구들이 남아있었나 보다. 지금은 초가집은 민속마을 정도 찾아가야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일상적인 초가집을 가진 제주 풍경이라니 본 적 없지만 그리운 모습이다. 



제주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해녀 삼촌을 비롯한 몇몇 분들을 제외하고는 제주 토박이가 아니었다. 제주에 여행이나 직장일로 왔다가 제주 풍경에 반해 정착한 이주한 사람들이 많았다. 외국인, 내국인 가릴 것 없이 사람을 홀리는 제주 풍광인데 예민한 감각을 가진 예술가들의 눈엔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제주를 사랑하는 제주 사람 김택화 화가가 그린 제주 풍경을 계속 계속 보고 싶다. 


https://kimtek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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