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스민 제주 4.3 이야기
배경 사진 : 소낭머리
# 제목 기억의 목소리
# 저자 허은실 글 고현주 사진
# 출판사 문학동네
# 출간일 2021년 4월 2일
# 한 줄 추천평 : ★★★★☆ 제주 여행을 예정하고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 읽기 쉬는 정도 : ★★★★☆ 가슴이 아파서 읽기 힘들 수 있다. 구어체와 시, 사진으로 되어있다.
사물에 스민 제주 4.3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제주에 오면서 4.3에 대한 책을 마구 사들고 왔는데, 처음에 손이 간 책이다. 펴 들고 처음엔 '내가 왜 이런 책을 샀을까?' 후회했지만, 읽다 보니 좋아서 우연의 선물이 나에게 또 찾아왔음을 깨달았다. 나는 학술적이며 냉철한 책들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이것이야 말로 진짜' 역사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어디에서 몇 명이 누구에 의해 학살당함."이라는 건조하게 사실을 말하는 문장에 숨겨져 통곡하는 진짜 역사, 진짜 삶, 진짜 이야기이다.
이 책은 4.3에 얽힌 사물을 찍은 사진과 그 사물을 내어준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시가 한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사물에 얽힌 증언은 구어체로 적혀있다. 그리고 시는 비극을 극대화시킨다. 하나의 사물 그 안에 깊이를 알 수 없는 한이 들어있다.
짧은 제주 살이를 시작할 때 읽고, 끝나갈 때 한 번 더 읽었다. 이제는 눈에 익고 위치와 풍경까지 떠올릴 수 있는 지명들, 그리고 익숙해졌지만 아직은 낯선 제주어까지 좀 더 입체적으로 내게 들어왔다. 올레길을 통해서 알게 된 잃어버린 마을을 찾아 돌아다녔다. 4.3 유적지를 방문하며 기도하는 시간은 제주에서의 시간을 보내는 내게 현재 진행형인 현대사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 책의 마지막엔 수장고에 보관된 4.3 유품들 사진만 있는데, 굴에서 발견된 많은 단추들이 많은 사람들이 숨어 살며 무서워하며 떨며 떨어진 눈물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