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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Jul 12. 2021

「롤리타」를 읽고

소아성애자의 정신병리

# 롤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 문학동네 

# 2013년 1월 30일


# 한 줄 추천평 :  ☆ 많은 사람들이 안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은 처음이다.

 
# 읽기 쉬는 정도 :  ☆ 문체는 어렵지 않아서 잘 읽히나 구역질이 올라올 수 있다. 










로리타, 롤리타 증후군 등 병이나 현상을 가리키는 단어의 기원이 된 소설 「 롤리타 」를 안 읽어봤음에 읽었다. 나는 동시에 여러 책을 읽는 습관을 가졌는데, 마침 법정 스님의「오두막 편지」와 같은 시기였다. 법정 스님의 언어로 뇌를 정수로 깨끗하게 씻어낸 느낌이었는데, 이 책을 보면 더러운 정액이 뇌에 끈적끈적 들러붙는 느낌이었다.


안 읽어도 됐을 소설인가 아닌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안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책은 처음이었다. 왜냐하면 이 소설은 범죄 ‘가해자’가 자신의 입장에서 자기가 무죄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구절절 독자의 상상과 감정에 호소하며 본인을 변호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누군가는’ 소설 속 화자에게 ‘설득’ 당할까 봐 두려워졌다. 이 책이 단순히 소설로 읽히지 않는 이유는 화자의 말하기 방식 때문이다. 여러 번 쓰고 없애버린 일기 덕분에 과거의 기억을 생생하게 다시 재현하는 일기 형식에다가 배심원들이나 읽는 이로 하여금 가해자의 목소리에 동조하게끔 호소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살아 있는 것 같고, 나에게 직접 자신이 겪었던 경험을 말해주는 것과 같이 들린다.

 
포스트 모더니즘적 자유연애주의자를 빙의하여 험버트 험버트가 했던 것이 ‘사랑’이었다고 대변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거부하겠다. 험버트 험버트는 소아성애의 정신병리를 앓고 있는 뇌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자 지독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이다. 그런 범죄 행위를 유머를 비롯하여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아름다운’ ‘사랑’으로 포장하기 때문에 읽는데 역겨웠다. 정신적인 구토가 시작되었고 읽을수록 더 나아가 신체적인 오심까지 불러일으켰다.

 
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소설을 이야기로 밖에 보지 못하는 일반인으로서는 에로티시즘의 정수니, 탁월한 문학성이니 뭐니 하는 문학사적 의의는 내 알 바 아니겠다. 스스로를 님펫으로 착각하는 또는 님펫으로 분장하여 관심받고 싶은 연예인도 재생산해내지 않았는가.

 

1955년 러시아 출신 미국 작가의 작품으로 금서로 분류되어 여러 나라에서 출판 금지를 당한 적이 있다.


정신병리 : 성 장애(Sexual disorder) 


소아성애장애(pedophilic disorder)는 정신병을 분류하는 DSM-5에서 변태성욕장애(paraphilic disorder)에 속한다. 변태성욕(paraphilia)은 정상적인 성행위에서 벗어난 성욕이나 행동을 뜻한다. 변태적인 특정 상황이나 사물 그리고 어린이와 같이 상호 동의에 이를 수 없는 대상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성적 흥분을 기술하는 의학 용어이다. 


정상적인 성행위와 변태성욕의 구분은 모호할 수 있다. 이 둘을 구분하는 큰 차이점은 변태성욕장애를 가진 사람의 경우 변태적인 행동과 대상에서만 성적 즐거움을 느끼고 추구하며 통상적인 성적 자극엔 감흥이 없다는 것이다. 험버트 험버트가 그러하다. 


변태성욕장애는 거의 남자에게서 일어난다. 변태성욕장애 중 위법행위로 처벌되는 경우는 소아성애증이 가장 흔하다. 공공장소에서 저질러지는 소아를 대상으로 하는 노출증의 경우에도 처벌을 받는다. 


소아성애장애는 6개월 이상 13세 이하의 소아로부터 지속적이고 강렬한 성적 욕구나 흥분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DSM-5 진단에선 가해자는 16세 이상이거나 희생자보다 5살 이상 많은 연령이어야 한다. 피해자의 60%는 소녀가 아니라 소년인데 반해, 환자의 95%는 이성애자이다. 근친상간은 소아성애장애와 관련이 깊고, 노출증, 관음증, 강간이 동시에 발생한다. 


참고 : 신경정신의학 3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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