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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Sep 10. 2021

한라산 폭발로 제주가 만들어졌다? : 제주의 탄생

제주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배경 사진 : By Robert Simmon, using Landsat data provided by the 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 Earth Observatory,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5226736


제주의 탄생에 대해 궁금하다! 


제주에 대해서 일자무식이었기 때문에 나는 제주도가 한라산이라는 거대한 화산이 폭발해서 만들어진 섬인 줄 알았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1,950m의 화산인 한라산. 그리고 화산섬인 제주. 이렇듯 단어로만 알고 있으면 그런 줄로 착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섬 제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단 한 번의 화산 폭발로 생겨난 걸까? 멋진 제주의 탄생에 대해 너무너무 궁금해진다. 



제주를 만든 화산 활동의 기원은?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흐릿한 기억들을 꺼내본다. 유명한 대륙이동설이 있다. 그중에서 판과 판이 만나는 곳에는 화산활동이 활발하다는 내용이 기억난다. 그래서 일본 열도가 지진이 많다고 배웠다. 제주도도 그렇게 생긴 화산섬일까? 


아니다. 제주도는 유라시아판 밑으로 태평양판이 들어가는 일본 해구로부터 서쪽으로 약 1,300km, 유라시아판 밑으로 필리핀판이 들어가는 류쿠해구로부터는 약 550km 떨어져 있다. 즉, 판과 판이 만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에 의해서 만들어진 화산섬은 아니라는 뜻이다. 제주도는 바다 밑 대륙붕에서 발생한 '대륙지각 판 내부 화산활동(continental intraplate volcanism)'에 의해 생겼다. 판에는 대륙지각판과 해양판이 있는데, 그중 바다 밑에 있던 대륙지각에서 발생한 화산 활동에 의해서 태어났다는 뜻이다. 화산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기엔 흔한 경우는 아니다. 제주는 그 탄생부터 유니크하다!


유니크한 제주의 탄생 : 사진 찍은 곳은 제주돌박물관



순서 : 기반암 - U층 - 서귀포층


(제주를 만든 화산 활동에 대한 이해를 위해 약간의 뇌 없이 외우는 게 필요하다. 용어부터 안 다음에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살을 붙이는 방식이 의학 공부를 하면서 익힌 좋은 이해법이기 때문이다. 익숙해지면 아주 효과적인 공부법이다.)


순서 기반암 U 서귀포 기억 : 사진 찍은 곳은 서귀포층 패류화석 산지


제주도의 기반암은 한반도 남해안에 분포하는 기반암과 연결되어 있다. 이 기반암이 가장 밑바닥에 있는 층이다. 


그리고 그 위에는 U층이라고 불리는 층이 있다. 미고결퇴적층이라고 이름 지어져 있다. 점토와 모래로 이루어진 굳지 않은 퇴적층이다. 모래사장에서 볼 수 있는 모래와 진득진득한 찰흙 정도를 떠올리면 되는데, 이 모래와 찰흙의 두께가 평균 약 150m이다. 


U층, 미고결퇴적층 : 사진 찍은 곳은 제주돌박물관


U층 위에는 그 유명한 '서귀포층'이 있다. 이름 조차 깜찍하게 서귀포층이라니! 잔뜩 궁금해진다. 


독특한 서귀포층 : 사진 찍은 곳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를 만든 화산 활동 시기의 전/후 큰 구분 :

1) 퇴적동 시대 : 약 180만 년 전 ~ 50만 년 전

2) 육상 화산 활동기 : 50만 년 전 ~ 홀로세 (신생대 4기,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


제주도는 약 180만 년 전 처음으로 화산이 분출하기 시작했다. 맨틀층에 있는 마그마가 단순 모래였던 U층을 쉽게 뚫고 나왔고, 나오자마자 만난 것은 바로 바닷물이었다. 아주 뜨거운 것이 아주 차가운 것을 만났기 때문에 화산 폭발은 매우 격렬했다. 금세 식은 용암은 부서졌고 수많은 돌 알갱이가 되어 수성화산체를 만들었다. 그래서 제주도 지하에는 이러한 수성화산체의 흔적인 응회암층*이 분포한다. 이후 해수면이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하면서 응회암층은 침식되고, 깎인 물질들이 퇴적되는데 이 층이 바로 '서귀포층'이다. 이때 바닷속에 있던 조개껍질이 함께 퇴적되어 서귀포층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수성화산체가 계속 만들어지면서 점점점 쌓여갔다. 그러다 보니 마그마가 분출하면서 바닷물보다는 자기가 만들어낸 화산의 흔적인 육지를 만나기도 했다. 이 경우는 화산 분화가 더 이상 수성화산 분화 형태가 아니게 된다. 그래서 제주도의 화산활동을 이를 기점으로 두 부분으로 구분한다. 


서귀포층을 만드는 과정까지의 퇴적동시대가 약 180만 년 전 ~ 50만 년 전이고, 그 이후의 육상 화산 활동기인 50만 년 전 ~ 홀로세 가 그것이다. 쉽게 말해 바닷속에서 화산 활동할 때가 퇴적동 시대이고 육지에서 화산 활동할 때가 육상 화산 활동기라고 보면 된다. 


현재 지표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암석은 85만 년 전 ~ 80만 년 전에 분출한 가파도, 산방산, 문섬 등 조면암 조성의 용암돔들이다. 이들은 퇴적동 시대의 화산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늙은" 암석들이다. 퇴적동시대의 활동의 결과로 서귀포층이 생겼다. 서귀포층의 퇴적이 종료되고 육상 화산활동 시대가 시작되어 제주도 전체에 걸쳐 활발한 '육상 화산활동'이 일어난다. 대부분의 용암은 지금부터 약 40만 년 전에서 2만 년 전 사이에 분출되었다. 우리가 제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지표를 덮은 용암들은 약 10만 년 전부터 분출한 용암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층층이 쌓였으니 방패를 엎어 놓은 모양의 나지막하게 완만한 순상 화산체를 이룬다. 


제주의 탄생을 그림으로 : 사진 찍은 곳은 제주돌박물관



* 응회암?


응회암은 화산 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암석의 종류 중 하나이다. 화구에서 나온 직경 2mm 이하의 화산재로 만들어진 암석이다. 화산재가 쌓여서 만들어진 암석이므로 퇴적암으로 분류되며, 마그마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므로 화성암에 속한다. 같은 응회암이라도 화산재의 주성분 원소 성분의 화학 조성에 따라 유문암질 응회암, 조면암질 응회암, 안산암질 응회암, 현무암질 응회암 등으로 분류되며, 고온에서의 용결 구조가 발달하면 용결 응회암으로 분류된다.



신생대 4기 해수면은 오르락내리락


제주도가 형성되는 사이 여러 번의 빙하기를 거쳤다. 시작되기 전 해수면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면서 제주 부분의 땅은 평야 지대가 되었다가 대륙붕이 되었다가를 반복했다. 특히, 해수면이 높아진 시기에 분출한 용암류는 물속으로 흘러 들어가 깨졌고 유리 쇄설암(hydroclastitie)* 만들었다. 해수면이 높아졌을 때는 용암이 물로 흘러들어 갔고, 해수면이 높아졌을 때는 육상에 쌓였다. 이런 해수면의 높이 변화에 대한 기억도 제주의 암석들은 간직하고 있다. 


특히, 해수면이 낮아졌을 때는 육지와 이어져 동물들이 이동해 살게 되었다. 중국이나 유럽에서 발견되는 동물 화석과 같은 종류의 동물 화석이 발견되는 것으로 간접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 



* 유리쇄설암?


유리쇄설암은 고온의 용암이 차가운 물속으로 들어갈 때 급격히 식으면서 만들어진 유리질 암석이 깨져서 쌓인 암석을 뜻한다. 


최후의 화산 활동은 언제까지?


한라산은 약 2만 년 전에 1,950m 높이로 완성되었다. 제주가 만들어진 역사에 비하면 한라산은 아주 "신생아"격으로 젊다. 약 5,000년 전에 분출한 성산일출봉이 있고, 송악산은 약 3,800년 전에 분출해서 가장 최근에 분출한 화산의 결과로 만들어진 지형이다. 


이후 1002년에 제주에 화산 폭발이 있었다고 세종실록 지리지(1432), 고려사 오행지(1451), 신증동국여지승람(1531)에 기록되어 있으나 당시 화산 분출의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다. 천년의 섬 비양도라고 알려졌지만, 비양도 역시 약 2만 7천 년 전의 용암 나이를 보이고 있으니 비양도는 천년 전에 분출한 화산으로 만들어진 섬이 아니다. 



제주의 탄생 : 요약


제주는 약 180만 년 전 바닷속 화산 활동으로 시작하였고, 약 50만 년 전부터 육상 화산 활동으로 많은 양의 용암과 화산쇄설물이 쌓이고 쌓임을 반복하여 순상 화산체를 형성하였다. 


그러므로, 한라산 대폭발로 제주도가 한 방에 짜잔~ 생긴 것은 틀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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