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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Sep 10. 2021

천지연 폭포, 천지연 폭포 보호를 위한 걸매생태공원

천지연 폭포의 지질과 물에 대하여

수학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 천지연 폭포



제주를 돌아다니다 보면 17살 수학여행을 왔던 때가 자주 떠오른다. 천지연 폭포도 그때 갔던 곳인데, 우의를 입고 튀기는 물을 맞으면서 좋다고 웃어댔던 기억이 남아있는 곳이다. 주차장에서 폭포까지 와글와글 시끌벅적 걸으면서 들어갔고, 뭐가 그렇게 즐거웠는지 친구들과 아주 즐거웠던 기억이 나서 괜스레 미소가 지어지는 곳이다.



"폭포에 갔다 몇 시까지 돌아와!"

라는 수학여행식 미션에서 그냥 걸어갔다 걸어 돌아왔는데, 이제야 천지연 폭포의 비밀에 대해 공부해본다.



천연기념물을 3개나 품고 있는 천지연 폭포


천지연 폭포는 높이가 약 22m, 폭이 약 12m이고 밑으로는 수심이 20m이다. 천지연 폭포는 단순히 폭포수가 떨어지는 물만이 볼거리가 아니다. 계곡 주변의 천연기념물 제379호 난대림은 육지에선 볼 수 없었던 풍경을 만들어내고, 화산암이 만들어낸 기암절벽은 감탄을 자아낸다. 또, 깊은 옥색을 내는 물빛과 그 속에 살고 있는 길이가 2m가 넘는 무태장어라는 생명체까지 있어 무태장어 서식지로 천연기념물 27호로 지정되어 있다. 천연기념물 제163호로 지정된 담팔수의 자생지 역시 천지연이다. 세 개의 천연기념물은 하늘과 땅이 맞닿는 연못이라는 뜻의 천지연을 더욱 경이롭게 만든다. 


따뜻하고 습기가 많아 빽빽이 우거진 '난대림'에는 어떤 나무들이 있을까?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 까마귀쪽나무, 후박나무, 참식나무, 새덕이, 사스레피나무, 후추, 보리장, 송악, 마삭줄, 제비꼬리고사리, 담팔수, 솔잎난 등과 많은 종류의 고사리들이 있다. 이 중에서 붉은색의 잎을 드문드문 가지고 있는 담팔수가 자라고 있어 천연기념물 제163호로 지정되어 있다. 




하늘과 땅이 맞닿는 연못이라는 뜻의 천지연. 이런 멋진 천지연을 그냥 두고 볼 사대부들이 아니다. 폭포의 반대편에 과녁을 설치해두고 활쏘기 시합을 하였다. 숙종 28년(1702) 11월 이곳에서 활쏘기를 했던 <천연사후>가 ⌜탐라순력도⌟에 그려져 있다. 



* 그림 출처 : 

http://www.davincimap.co.kr/davBase/Source/davSource.jsp?Job=Body&SourID=SOUR003632



사시사철 떨어지는 천지연 폭포의 물은 어디서 온 것일까?


제주도의 물 빠짐은 유명하다. 수분을 함유하는 토양이 아니라 물을 쭉쭉 흘려버리는 돌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 빠짐이 매우 좋은 제주도의 하천은 대부분 물이 없는 건천이다. 큰 비가 내릴 때만 물이 생겨 해녀학교에서도

"하천에서 다이빙하려면 비 온 다음날에 가야 돼!"

라고 날씨별 맞춤 물놀이 장소가 있을 정도니 말이다.


또, 제주의 폭포 중에서 비가 내려야만 폭포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폭포들도 있다. 천제연 제1폭포와 엉또폭포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왜 천지연 폭포는 이렇게 계속 물이 흐르는 것일까? 궁금증이 생긴다.


제주의 폭포수는 대부분 땅에 들어갔었던 '지하수' 기원이다. 우리나라 강수량 1위인 제주에 내린 비는 모두 땅 속 깊숙이 스며들어 지하수로 바뀐다. 이 지하수는 지층을 따라서 지하를 이동하다가 해안 가까이에 이르러 암석이나 지층 사이로 솟아난다. 이를 우리는 '용천수'라고 부른다. 천지연폭포와 정방폭포 주변에는 서로 다른 용암류가 맞닿아 있거나, 끝나는 지점에서 용천수가 솟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연외천이 갈라져 나온 솜반천(선반내)과 그 주변에 위치한 용천수들이 천지연폭포로 떨어지는 물의 원천이 된다. 연외천은 한라산 남쪽에 위치한 효돈천 인근의 쌀오름 북서쪽 해발 600m 지점에서 발원해 제2산록도로를 가로질러 서귀포시 서홍동, 솜반천, 천지연폭포를 지나 서귀항에 이르러 바다에 닿는다. 


솜반천을 흐르는 이 물은 곧 천지연 폭포수가 되어 떨어질 것이다

천지연 폭포의 물을 보호하라 : 걸매생태공원


천지연 폭포의 상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것이 바로 걸매생태공원이다. 


'걸매'란 '물도랑이 자주 막혀 메워져 있는 곳'이란 뜻이다. 항상 물이 고여있는 장소로 예전에는 논으로 이용되던 곳이다. 밭이 아니라 논이었다는 점으로도 하천이 유수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지연을 만드는 하천인 솜반천은 과거엔 이런 '생태'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았다고 한다. 무허가 건물이 난립했고, 생활하수 유입과 과수원의 농약으로 물은 오염되었다. 1968~1975년까지 ‘선일포도당공장’이 있었고, 1990년대까지 비닐하우스가 있었다. 


1998년 서귀포시가 228억 원을 투입해 무허가 건물을 철거하고 하천을 정비하였다. 솜반천은 고맙게도 1 급수의 수질로 돌아왔다. 이후 2000~2006년까지 112억 원을 들여 폐공장과 하우스를 철거해 10만㎡ 규모의 걸매생태공원을 조성한 것이 오늘날의 모습이다. 



제주올레를 만든 서명숙 이사님의 책 ⌜서귀포를 아시나요⌟에도 걸매생태공원이 만들어지는 얘기가 나온다. 서명숙 이사님의 공원 찬양과 함께. 걸매생태공원은 제주 올레 7-1코스에 속해있다. 내가 공원을 처음 만난 것도 바로 올레길을 걸으면서이다. 엉또폭포, 고근산, 하논분화구 등 서귀포의 멋진 곳을 통과하는 올레 7-1코스에서 걸매생태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이게 인공적으로 만든 공원이라고? 말도 안 돼!"

매화나무가 잔뜩 심어진 곳은 사람의 손길이 닿아보였지만 도심공원이라기엔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다. 그래서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살고 있으며, 새들도 많이 찾는 공간이다. 



https://www.seogwip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521


지질이 어떻길래 폭포가 나타났을까?


물에 대해 고민해보았으니 이제 이 물을 담고 있는 땅에 대해 살펴보자. 



천지연 계곡은 화산활동에 따른 마그마의 관입지반의 융기, 단층 운동, 그리고 오랜 기간 흘렀던 물에 의한 침식작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졌다.


화산활동에 의해 마그마가 지표로 올라가서 용암이 되는 게 아니라 조금 올랐다가 다시 아래를 파고 들어가는 '관입'이 일어나 서귀포층을 해수면 위로 들어 올렸다. 이렇게 일어난 융기에 의해 주변 지형의 변화가 생겨났다. 서귀포층이 융기하면서 천지연폭포 주변의 소규모의 단층들이 생겼고 상대적으로 폭포 인근 지형이 오목하게 파인 형태가 된 것으로 추정한다. 


안으로 오목한 U 자형 지형을 보이는 천지연 폭포

* 사진 출처 : https://www.seogwipo.go.kr/news/photo/theme.htm?page=4&act=view&seq=109374871


이후 조면안산암 조성의 용암류가 흘러들어 오목하던 계곡 지형을 메웠다. 비교적 점성이 높은 용암류가 냉각되면서 주상절리와 불규칙한 균열을 만들어냈다. 세월이 흐르며 절리면, 균열면을 따라 더 많은 균열이 발달하였고, 용암류의 연약한 부분들은 침식되었다. 또, 틈 사이로 빗물이 들어오고 식물의 뿌리도 파고 들어서 쪼개지며 낙석이 진행되었고, 가파른 계곡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거센 물살이 계곡 중심부 지형을 침식시키면서 계곡의 폭도 넓어져서 하도가 형성됐다.

폭포가 쏟아지고 있는 절벽의 위쪽은 조면안삼암 조성의 용암류이다. 절벽 하단에는 서귀포층 노출되어 있다. 서귀포층은 해양에서 일어난 화산활동의 결과물과 해양 퇴적물이 함께 쌓인 퇴적층이다. 그 위를 약 40만 년 전 육상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덮고 있는 형상이다. 퇴적층인 서귀포층은 침식이 잘 일어나는데, 폭포 물줄기에 의한 침식으로 깊숙이 파이면서 호수가 만들어졌다. 강한 물살은 와류를 일으켜 폭포 안쪽의 서귀포층을 끊임없이 깎아 내다보니 암석의 붕괴가 일어났다. 이러한 침식 과정이 오랜 세월에 거쳐 일어나면서 현재 천지연 폭포는 점점 안쪽으로 깎여 들어가고 있고, 원래 위치보다 약 50~60m 나 안쪽으로 들어간 것으로 본다. 


 


폭포수 하단에 오목하게 들어간 서귀포층이 보인다. 그 위쪽에 조면안산암 용암이 위치하고 있다. 왼쪽 아래 부분을 자세히 보면 지각운동에 의해 층리가 뒤틀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연못은 현재 약 20m 깊이라고 하니 프리다이버로서 매우 들어가 보고 싶은 곳이다. 


* 그림 출처 및 제주도세계지질공원 : 

https://www.jeju.go.kr/geopark/intro/cheonjiyeon/acavalue.htm


* 참고 : 「제주도 지질여행 2020 개정증보판」, 김용제 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2020


칠십리시 공원에서도 보이는 천지연 폭포


칠십리시 공원에서 천지연 폭포를 원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다. 



절벽으로 가려져 있는 정방폭포와 구불구불 들어가야 볼 수 있는 천제연 폭포, 엉또폭포와 달리 공원을 산책하다가도 볼 수 있는 천지연폭포는 서귀포 도심의 풍경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준다. 원거리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폭포수 소리가 너무나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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