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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Sep 09. 2021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제주 현대미술관의야외 프로젝트: 이승수

2020 아트 저지 야외 프로젝트는 이승수 작가의 <어디로 가야 하는가>이다. 



현대미술관 본관을 관람하고 나오면 아트샵 건너편의 야외 숲 속에 작품이 들어있다. 언뜻 보면 나무에 목맨 시체처럼 보여 섬뜩하다. 애초에 작품의 의도 자체가 놀라게 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기에 감안하고 본다. 시멘트와 폐기물, 쓰레기로 만들어진 사람 형상의 작품이다. 작가는 제주도가 안고 있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모순된 과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하였다고 한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라는 같은 제목으로 2019년 부산에서 열린 바다미술제에도 비슷한 작품이 전시된 적이 있다. 


저지 곶자왈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곳에 어색하게 떨어트린 팔과 힘 없이 숙인 고개를 한 인물상들이 있다. 마감도 깔끔하게 되어 있지 않고 군데군데 깨지고 부서져있어 살점이 떨어져 나간 시체 느낌이다.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인물들은 마치 도심 속의 현대인 같아 보인다. 또는 사라지는 곶자왈에 대해 사죄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이미 죽은 자연에 대해 묵념을 하는 느낌도 든다. 하지만 제목과 다르게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듯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곳에 서 있는 작품은 딱히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관객에게 던져지는 것이다. 



이 작품은 2020년 12월에 설치되었다. 내가 처음 본 때가 2021년 5월이니 약 6개월이 지난 뒤의 모습이다. 야외 프로젝트인 만큼 햇빛과 비바람을 다 맞고 있다. 전시는 2025년까지 진행될 예정인데, 이 전시는 계절이 바뀌고 세월이 지남에 따라 작품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 추적 관찰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시간이 지나며 작품은 조금씩 떨어지고, 낡아가며 죽어가겠지만 자연에서 기인한 이끼가 끼고, 어떤 생명체는 보금자리를 만들 것이다. 즉, 인간이 만든 무언가는 죽어가지만 인간이 만들지 않은 자연은 생명의 힘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변해가는 작품을 보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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