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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Sep 13. 2021

<섬에 든 달과 물과 돌>

제주 소암기념관 <섬을 사랑한 예술가들>

<섬을 사랑한 예술가들> 전시로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서귀포시 공립미술관 공동기획전으로 소암기념관, 기당미술관, 이중섭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2021년 05월 25일부터 2021년 07월 25일까지 열렸다. 


소암기념관에는 <섬에 든 달과 물과 돌> 전시가 열리며 세 명의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오묘한 달 : 권세혁 작가



전시는 권세혁 작가의 달 모티프 작품들로 시작된다. 서울에서 산을 그리던 작가가 제주 서귀포에 정착 후 달을 그린다고. 면에 아크릴을 이용한 작품으로 색만 보면 '달인가?' 싶다가도 달의 표면을 연상시키는 입체감 때문에 '달이구나' 싶다. 오묘한 빛깔이 때론 바닷속에서 본 색 같기도 때론 수면 색깔 같기도 때론 숲에서 본 색깔 같기도 하다. 제주에 온 작가는 바람 소리와 푸른 나무, 서로 뒤엉킨 넝쿨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가까이서 감상하면 미세하게 반짝거림도 있고 입체적이기도 하다. 사진보다 실제 색이 훨씬 더 영롱하고 신비롭다. 제주 출신이 아닌 서귀포로 이주한 작가는 제주에 오면서 많은 감각들이 새로 깨어남을 느꼈다고 한다. 그중에 가장 잘 깨어난 것은 시각이었다.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 이해가 간다. 제주의 자연을 보면 자연스럽게 눈을 호강시킨다 또는 망막을 정화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제주 하면 역시 돌 : 조윤득 작가



조윤득 작가의 돌 모티브 작품들이 있다. 제주 토박이이기 때문에 제주 하면 돌, 돌 하면 제주라는 제주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돌을 모티브로 사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sale jeju> 작품이 좋았다. 섬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을 노골적이지 않게 하지만 노골적이게 표현하는데, 이는 이 분이 제주인이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느끼실 거라는 생각이 든다. 육지인인 나도 그렇게 조각조각난 돌처럼 팔리는 것이 아쉬운데 말이다. 




시공간을 옮긴 듯한 진경산수화 : 김현철 작가



<섬에 든 달과 물과 돌>에서 가장 좋았던 김현철 작가다. '이 그림을 서울 집에 걸어두면 제주에 못 가도 참을 수 있겠구나' 싶은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확실히 서양화보단 한국화 쪽이 가슴 깊은 곳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다. 풍경을 매우 단순화시켜 추상화 같은 느낌도 준다. 매우 정갈하면서 마음의 정화가 될 것 같은 단순함이다. 화면 안에 있는 모든 걸 생략하였는데, 그래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것은 그만큼 제주의 자연은 그 자체로 완벽하고 꽉 차 있다. 분명히 내 눈으로 본 실제의 풍경인데 전설이나 신화에 나올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시간과 공간의 감각을 다른 곳으로 옮겨놓는다. 



수묵채색이 정말 이렇게 아름답구나 하며 감탄하면서 보았다. 김현철 작가의 제주 그림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해지면서 두고두고 눈에 담고 싶은 여운이 있다. 청량한 색깔의 파랑색이다. 하지만 단순히 유화의 파랑색과는 느낌이 다르다. 먹 번짐 효과를 주며 삼베에 겹겹이 스며들게 했기 때문이다. 



2011년 제주현대미술관 작가 레지던시로 제주에 오게된 작가로 제주에 4개월간 머물면서 그린 그림으로 2012년, 2018년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김현철 작가를 알게되어 인터넷에서 작품을 많이 찾아봤는데 정말 너무 좋다! 다음에 개인전이 열린다면 꼭 기필코 찾아가야 하겠다. 


http://g-openstudio.co.kr/portfolio_page/kh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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