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논리로 범벅된 찐부자와 하류층을 비교하는 책
# 제목 아비투스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 저자 도리스 메르틴
# 출판사 다산초당
# 출간일 2020년 8월
# 한 줄 추천평 : ☆☆☆☆☆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선물로 주면 될 듯
# 읽기 쉬는 정도 : ★☆☆☆☆ 어려운 단어나 내용은 없다. 그냥 매우 거슬려서 읽기 쉽지 않다.
"가지다, 보유하다, 간직하다" 뜻을 가진 라틴어 Habere에서 유래한 Habitus 아비투스는 사회문화적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제2의 본성 그리고 계층 및 사회적 지위의 결과를 뜻하는 단어이다. 결국 아비투스란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기, 에너지, 아우라와 같다.
독일인 저자 도리스 메르틴은 컨설팅하는 사람으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관찰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비교’하여 분석한 책이 바로 ⌜아비투스⌟이다.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이라는 부제에 나오는 7가지는 바로 심리, 문화, 지식, 경제, 신체, 언어, 사회이다. 하나하나 얘기하기에 앞서 1장에서 ‘아비투스가 삶, 기회, 지위를 결정한다’는 주제를 가지고 썰을 풀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내 몸에 배어있는 세상의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는 ‘바꿀 수 있다’라고 희망적이게 시작한다. 도입부에 이 책의 독자들을 의식하였는지 인간은 애초에 금수저와 흙수저를 각자 물고 태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그런 현실의 불공평함을 ‘일단’ 인정하라고 말한다. 그러다 갑자기 프랑스 유학 시절 하류층과 상류층 집에서 모두 기거했던 경험으로 두 집을 비교한다. 바퀴벌레가 있는 부엌과 고급스러운 장식품,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 부부와 여유를 가지고 고상한 대화를 하는 부부 등.
“아비투스는 사회적 지위의 결과이자 표현이다. 아비투스는 우리의 사회적 서열을 저절로 드러낸다.”
라고 하며 노골적으로
“지위와 구별 짓기 게임에서는 상류층 아비투스가 모든 것의 기준이다. 그런 아비투스가 더 많은 명성을 얻고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다.”
라고 볼드체로 강조한다.
저자는 가족, 교육, 경력 등을 통해 몸에 배어 있는 이 ‘아비투스’에 ‘날개를 달아라’라고 한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어떻게 날개를 다는가?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아주 노골적이고 또, 어이없게도 ‘상류층이 가지고 있는 아비투스를 닮도록 해라’이다. 상류층의 아비투스는 옳은 것, 훌륭한 것, 좋은 것이고 하류층이 가지고 있는 아비투스는 별로이니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저를 물고 있음에도 금수저인 척하는 아비투스를 익히라는 것인데, 상위 3%의 고급 아비투스를 가진 사람은 위로 도약할 수 있는 반면 가지지 못하면 오를 수 없고, 이것이 현실이라고 못 박는다.
시작부터 충분히 거슬리고, 충분히 불편하다. 하지만 이 책이 불편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교’에 있다.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인간의 품격’을 고품질과 저품질로 대놓고 이분화한다.
“누가 과연 최고 중에 최고일까? … 기업 상속자? 로또 당첨자? 의학, 디지털, 교통 분야의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사람? 정치인이나 판사 같은 권력자? 최고 요리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처럼 각 분야에서 최정상에 오른 사람? 아니면 유튜브 구독자 수가 수백만에 이르는 사람?”
한 문단의 글만 봐도 이 사람이 부자 중에서도 ‘찐부자’를 가려내는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능력은 절반의 무기에 불과하다며, 어릴 때부터 고급 아비투스가 몸에 밴 사람만이 최고가 된다고 확신한다. 저자의 이런 말이 거슬리는 것은 내가 예민해서인가, 내가 자격지심을 가져서인가, 내가 열등감에 휩싸여 있는 건가 도리어 저자의 당당한 말투에 나를 의심하게 된다.
저자는 계속 ‘진짜’ ‘최정상’ 타령이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 도널드 트럼프, 영국 여왕, BMW 대주주 크반트 가문, 브루나이의 술탄.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사다리의 꼭대기에 있다.”
사람들을 자신의 기준에 따라 피라미드화 해놓고, 정상과 땅바닥을 계속 계속 비교한다. 중산층이 상류층만이 하던 사립학교를 다닌다거나, 대학에 간다거나 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저자의 말이 가관이다. “그래서 중산층의 자녀들과 구별되는 학습 과정이 필요하다.” 아래에서 자꾸 비슷해지려고 치고 올라오니까 상류층은 상류층 만의 고유한 문화와 아비투스를 길러내야 한다는 말이다.
친일을 해서 대대로 내려오는 ‘찐 부자’이고 그래서 가족들이 저자가 말하는 심리자본, 문화자본, 지식자본, 경제자본, 신체자본, 언어자본, 사회자본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이 시대 ‘최고 중에 최고’ 위너라고 볼 것인가? 저자는 그럴 것이다.
저자가 지향하는 상류층이 가지고 있는 여유로운 심리를 따라 하고 노력해서 닮으라고 한다. 첫 번째 자본인 심리자본에 대해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마라. 설명하지 마라. 불평하지 마라. “부자들은 새로운 경험에 훨씬 더 개방적이고 호기심이 많고 관용적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우연한 행운, 직접적 후원, 부자 애인을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 사고와 행동을 유연하게 하라. 기업가 정신을 가져라. 계속 자신을 계발하라.
여기까지 보고 책을 덮었다.
도입부 1장과 심리자본을 말하는 2장까지 읽고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었다. 이 책을 다시 보지 않을 것이고, 100 페이지가 채 안되게 보는 동안도 매우 힘들었다. 저자의 주 메시지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 불편함의 기원이 나의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할지라도 나는 100명의 부자가 있으면 100명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찐부자’들을 많이 만나본 저자의 입장에선 나의 이 생각이 틀렸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들을(?) copy and paste 하는 노력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며 떠올랐던 사람의 말은 바로 이것이다.
“.... 첫 달엔 몸에 딱 붙는 헤링본 양복을 맞춰 입었죠. 다음 달엔 그걸 입고 제국호텔 양식당에 갔고요. 식민지에서 온 불행한 소년이 단지 품위 있는 한 끼 식사를 위해 술집 급사 월급을 몽땅 털어 넣으려고 하는 걸 재미있어한 영국인들이 있었죠. 그 양반들이 날 ‘백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에 걸맞은 매너를 가르쳐줬고요. 사실 난 돈 자체에는 관심이 없어요. 내가 탐하는 건, 뭐랄까.... 가격을 보지 않고 포도주를 주문하는 태도? 뭐, 그 비슷한 어떤 거예요.”
자지를 지키고 죽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여기던 백작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