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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Oct 22. 2021

이건희 컬렉션으로 들뜬 : 이중섭 미술관

12점의 이중섭 작품 전시회 <70년 만의 서귀포 귀향(歸鄕)>

이중섭 미술관 : <70년 만의 서귀포 귀향(歸鄕)>


전시는 2021년 9월 5일부터 2022년 3월 6일까지 열린다.


고 이건희 회장은 12점의 이중섭 그림을 서귀포 이중섭 미술관에 기증했다. 유화 6점, 수채화 1점, 은지화 2점, 엽서화 3점이다. 이중섭 미술관에 많은 엽서화와 은지화가 있었던 걸 생각하면 도리어 이건희 회장이 구하기 어려운 작품을 소장하고 있었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이중섭 미술관에 이중섭 그림이라곤 엽서와 은지화뿐이었다. 이번에 드디어 ‘그림다운(?)’ 그림이 기증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메인 작품은 바로 <섶섬이 보이는 풍경>이다.



이중섭 미술관은 전쟁을 피해 서귀포로 피난 와서 가족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란하게 살았던 단칸방을 위치로 지어졌다. 지리적 의의가 뛰어나고, 건물에 가려서 바다가 보이진 않지만 자구리 바다가 지척인 곳이다. 서귀포 바다를 보면서 느끼던 것은 나 같은 일반인의 눈에도 담고 싶다, 그리고 싶다, 그려서 간직하고 싶다, 그려서라도 갖고 싶다 라는 창작욕을 자극하는 풍경인데 예술가한텐 얼마나 자극적(!)이었을까 하는 점이다. 그렇게 탄생한 <섶섬이 보이는 풍경>이다.



1951년 작이다. <70년 만의 서귀포 귀향>이라는 전시 제목은 이 그림에게 하는 말인 듯하다.



이중섭 미술관이 서귀포에 있고, 이중섭 문화거리 등 서귀포 칠십리에 온통 이중섭이라 뭔가 이중섭이 서귀포 출신인 것만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중섭이 서귀포에 머물렀던 것은 1951년 1월부터 12월까지 단지 11개월뿐이다. 나이 35살.


하지만 이중섭은 풍경보다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들이 자구리 바당에서 뛰노는 모습을 더 많이 그렸다.





<70년 만의 서귀포 귀향(歸鄕)> : 1층에 12점의 작품만 있다


1층에 12점의 그림이 전부 전시되어 있다. 딱 12점의 그림만 있으니 ‘오직! 이중섭 미술관만을 위해! 서귀포를!’이라고 온다면 조금 허무할 수도 있겠다.


이중섭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전시품 : < 물고기와 노는 아이들 >


올해 제주에 살기 전에 몇 번의 제주 여행에서 이중섭 미술관을 방문했음에도 딱히 이중섭 그림을 보면서 감동을 받은 적은 없었다. 화가 이중섭은 왜 이렇게 유명하고, 그의 작품들은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지 몰랐다. 사실 이번 이중섭 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전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내가 이중섭 그림을 보고 '와!' 하고 감탄하며 인정(?)했던 것은 바로 덕수궁 미술관의 < DNA 한국 미술의 어제와 오늘 > 전에서 본 작품들이었다.


덕수궁 미술관 < DNA 한국 미술의 어제와 오늘 > 전시에 있던 이중섭 작품 < 물고기와 나뭇잎 > , < 봄의 아동 >


여기서 이중섭의 그림이 정말 따뜻하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원초적인 느낌을 주면서 따뜻함도 있고 귀엽기까지 하면서 구성도 멋지다. 이중섭 이중섭 하는 이유를 몰랐던 것은 그동안 제대로 된 이중섭의 그림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울현대미술관뿐만 아니라 광주시립미술관에도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속의 이중섭 그림들을 보고 싶어 졌다.



2층 : 미디어아트 & 이중섭 연대기 & 이중섭 미술관 연대기


2층엔 미디어 아트로 꾸며놓은 곳과 이중섭 연대기가 있다. 더불어 기증받아 매우 기뻐 보이는 이중섭 미술관의 연대기까지 한 벽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섭’ 미술관 이라기엔 빈약했던(여전히 빈약한) 컬렉션


제주의 도립 미술관이면서 작가의 이름이 붙은 미술관은 이중섭 미술관과 김창열 미술관이 있다. 이중섭 미술관이 화가의 명성이나 미술관의 위치, 명분, 명성에 비해 이중섭의 작품이 전무하다시피 해 화가의 이름을 건 도립 미술관이라기엔 초라하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까지 합치면 이건희 회장이 이중섭 그림을 104 소유하고 있었다고 하니 가히 ‘이중섭 였나 보다. 삼성(공화) 대한민국에서 삼성의 회장이 이중섭 그림을 104점이나 소유하고 있는데, 어떻게 일개 도립미술관이 이중섭 그림을 소유할  있었을까 싶다. 이중섭 미술관은 그동안 ‘이중섭이라는 이름을 달기엔 빈약했다는 점을 인정이라도 하듯이 유화가 6점이나 들어온 것에 대해 매우 들떠 보인다. 


이중섭 미술관은 60점의 원화와 유품인 팔레트  37점을 포함하면  97점이 이중섭 관련 자료를 소장하게 됐다. Single artist museum 이기 때문에 이 작가의 모든 작품을 작가미술관이 소장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중섭은 소에 미친 사람이었던 만큼 황소 작품이 대표적 이건만 황소 유화를 소장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렇다고 해서 서귀포 풍경이나 아이들 모티브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번에 기증받은 작품들도 이중섭의 서귀포시대를 담고 있는 원화이긴 하지만 작품의 우수함을 평가했을 때 다소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미술관의 경쟁력이 오직 소장품에’만' 있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화가 이름을 걸고 있는 미술관이니 어느 정도의 작품이 필요할 것 같다. 모든 것은 예산의 문제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소장품이 약하다면 전시 기획력이 중요하겠다. 그동안 이중섭 미술관의 1층에 있던 이중섭 작품들 전시는 2014년에 갔을 때랑 2021년에 갔을 때랑 거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된 이중섭 그림들도 이중섭 미술관에 기획 전시로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아름다운 서귀포에 위치한 이중섭 미술관에서 멋진 작품들을 보게 될 것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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