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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Apr 06. 2021

「 의사가 말하는 의사 」

'돈만 밝히는 의사' 가 아닌 의사들도 많다.


의사가 말하는 의사

저자 김선, 황석민, 전경훈 | 출판사 부키


# 한줄 추천평 : ★★★★ 의대생에서 부터 전문의,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임상 의사일을 하지 않는 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간단하게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읽으면 좋을 듯 하다. 더불어 의사를 매우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당신이 겪은 의사는 그저그런 의사 한 두명 이고, 이렇듯 훌륭한 의사들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 읽기 쉬운 정도 : ★★★★★ 매우 읽기 쉽다. 


 2020년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은 2007년에 초판이었고, 2017년 episode 2 로 해서 개정판이 나왔다. 내가 읽은 책은 2007년 초판 버전이다.  



 1차 의료에 관한 글들이 눈이 들어왔다.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환자를 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우리 나라 의료 현실에서 이런 마음을 지키기란 참 힘들다. 1차 의료에서 필요한 것은 전문성보다는 사람들의 정서와 삶, 문화를 이해할 줄 아는 포용력 이라는 것! (p. 156) 많은 의사들이 자신 만의 강점으로 전문적인 지식이나 값비싼 기계 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 사람들을 이끄는 점은 이러한 포용력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라는 점은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하라' 라는 체중 감량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처럼 머리로는 알지만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진리이다. 



 의사는 불필요한 투약을 최소화 하고 싶으나 환자들이 주사에 대한 맹목적 확신을 가지고, 뭐만 있으면 주사를 놔달라는 요구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아무것도 모르는!!’ 이라고 화를 속에 담고서 그냥 처방을 안해주면 그만인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의료에 있어서 환자와 의사 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라뽀 (rapport) 라고 일컫는다. 우리가 지역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괜찮은 병원’, ‘좋은 병원’ 을 찾아다니는 이유는 명백하다. 그 의사가 나랑 안 맞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환자와 의사 사이의 관계이다. 내가 아무리 좋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환자들이 나를 싫어하면 병원에 찾아오지 않는다. 그들을 위해 밤 세우며 공부하고, 수련했던 그 모든 것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셈이다. 대형병원이 아니라 특히 1차 의료에서 ‘생물학적 판단 못지않게 심리적으로도 환자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원칙이나 효율성, 가장 중요한 것을 중요시 여기는 나한테는 꼭 기억해야할 점이다. (p. 61)


 “동네 의원에는 환자가 오지 않는다.” 라는 말이 인상깊었다. 내과 의사가 쓴 글이었는데, ‘대형 병원에서 치료의 주체가 의사라면 동네 의원에서 치료의 주체는 환자 자신이다. 나아가 그는 더 이상 환자가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동네 의원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평범한 이웃인 것이다.’ 라는 문장이 기억이 남는다. 치료의 주체가 환자 자신이라는 말은 정말이지 1차 의료에 맞는 말이지만, 더 나아가서 우리가 말하는 ‘미래의 의료’ 에도 맞는 말이다. 안젤리나 졸리로 대표되는 맞춤의학의 영역을 표현하는 말이지 않나. 하지만 이는 의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매우 힘들고, 의사의 뼈를 갉아먹는 일이 될 것이라서 매우 두렵다. 현재 의료보험 체계에서 맞춤의학은 아직 먼 일이라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p. 71)


 가정의학과 의사가 쓴 글이었고, 가정의학에 대한 소개 수업에서 들음직한 내용이지만 환자를 통합적인 시각에서 분석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므로 한 번 더 복기해본다. 가정의학은 A~G 로 이루어진다. A 는 의학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다. B 는 환자의 환경과 가치관, C 는 의사의 환경과 가치관, D 는 환자의 가족과 가족 내에서의 환자의 위치, E 는 의사의 가족관계, F 는 보건의료제도, G 는 지역 사회 속의 다양한 자원들 이다. 이 넓은 범위의 의료에서 대부분의 의사들은 A 에만 머물며, 그 A 도 제대로 하려면 수많은 수련 기간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내가 인상 깊었던 구절의 대다수는 이렇듯 1차 진료에 대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 책에서 많은 의사들이 이렇게 한 뜻으로 얘기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 분들이 한 걸음 먼저 걸어보고 깨달은 바를 전해주시는 것이니 감사히 여기며 가슴에 새기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  ‘의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이러한 직업적 행위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으로부터 출발한다. 즉 의사 자신이 수익에만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게 될 때 의사라는 직업의 사회적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p. 80)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해서 자존심이 센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더 편가르고, 줄 세우기를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하다. 잦은 시험의 탓도 0.1 % 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방대한 양을 짧은 시간 내에 익히려면 시험은 필요하고, 그에 따라 성적으로 줄세우는 행위를 반복하니까 말이다. 이런 줄 세우기는 학생 때는 성적으로 하고, 전공의 때는 과로 할 수 있으며, 이후에는 수입으로 한다. 그래서 1등의 모습이 익숙하고, 1등이 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 곳에는 수입 1등을 바라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사람이 가지는 신념이나 긍지 보다는 그저 남에게 최고로 보여질 수 있는 수입 적인 면에서 좋게 ‘보이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니 비난할 일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많이 보일수록 ‘의사’ 라는 직업이 속물로 매도되는 일이 잦아지고, 그 피해는 수입도, 가정도, 자신의 건강도 포기하고 의료의 최전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신념을 가진 의사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안타깝다. 어떤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이 속한 집단에 대한 편견으로 보는 것은 폭력이자 ‘틀린’ 행동이다. 보고싶은 것만 보고자 하는 인지부조화의 상태이다. 사람들이 수익을 제 1의 목표로 추구하는 의사가 있듯이 그 모든 걸 내던지고 진료하는 의사 역시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분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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