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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해 May 14. 2021

제주 본태미술관

한국 전통 공예품 그리고 현대 미술

 비바람이 부는 날 본태 박물관을 방문했다. 많은 미술관들이 사전 예약제를 실시하는 와중에 본태 미술관은 없었다. 주중이라 다행히 관람객은 많이 않았다. 입장료는 꽤 비싼 20,000원이다. 5,4,3,2,1 순서로 관람하면 좋다고 설명을 들었다. 


 5 전시실은 유교, 불교 유물 소장전이 있다. 추사 김정희 현판들도 있다. 호림 미술관에서 국보급 백자와 청자들을 보고 온 터라 그다지 눈에 들어오는 유물들은 없었다. 제임스 터렐 작품은 코로나 때문에 운영하고 있지 않다. 온갖 종류의 작품들이 있다. 시대도 나라도 다양하다. 신라, 고려, 조선, 당나라, 한나라...  심지어 유교와 불교라니 주제도 다양하다. 장소에 비해 소장품들이 많은 모양이다. 옴닥옴닥 모여 있어 전시의 세련됨은 떨어진다.  


 4 전시실 상여와 꼭두각시 인형들이 있다. 4 전시실의 전시 이름은 ‘피안으로 가는 길의 동반자’이다. 장례 문화 물품들이 있는데, 거대한 상여와 전시장 한 편을 가득 메운 꼭두 인형들이 독특하다. 이런 인형들을 박물관에서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왜 여태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아마도 이런 상례 문화를 하나의 전시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짐작했다. 


 3 전시실은 쿠사마 야요이 라는 예술가의 호박과 무한 거울 방 두 작품만 있다. 3 전시실 들어가는 길에 ‘지금부터 50분 대기입니다’라는 설명판이 무섭다. 마치 롤러코스터 줄처럼 말이다. 다행히 나는 대기 없이 바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쿠사마 야요이는 정신병으로 환각에 시달리는 작가인데 그 환각들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노랑 바탕에 까만 원들이 잔뜩 있는 조형물 호박 그다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었으나 인터넷에서 본 캔버스 호박 작품은 좋았다. 원 모티브가 쿠사마 야요이 예술을 대표한다. 이후 <무한 거울> 방에 들어갔다.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이 2분으로 정해져 있고, 재관람은 가능하지만 시간 연장은 어렵다고 한다. 2분이 지나면 문 밖에서 직원이 노크를 한다. 이 작품의 부제는 ‘영혼의 반짝임’이다. 이 곳에 들어가면 마치 <인터스텔라>의 4차원의 세계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거울에 내가 비춰보이지 않으면 현실의 느낌이 없어질 듯하다. 그리고 발판 역시 투명이나 거울로 만들어 놓으면 더욱 대단할 것 같다. 발판과 거울 속의 내가 작품을 흩트리는 원인이다. 멍하게 거울 뒤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전구들의 불빛을 보다 보면 그 공간 속으로 내가 동화되는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은 본태에서 50분 기다려서 볼 가치가 있는 듯 하나 막상 50분 기다리면 힘듦 때문에 환상적인 경험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 그리고 이 작품은 밀폐된 공간이라 마스크를 벗지 않도록 권고하는데, 많은 이들이 벗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2 전시실은 본태 박물관을 지은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건축 작품들에 대해 소개하고 백남준 작가를 비롯한 현대 미술 작품 있는 곳이다. 생각지도 못하게 달리 작품을 봐서 놀랐다. 백남준 작가의 <TV 첼로>는 수리 중으로 없었고, <Rondo in R.G.B>와 <나는 결코 비트겐슈타인을 읽지 않는다> 그리고 <금붕어를 위한 소나티네> 세 작품이 있었다. 그중에 나는 <Rondo in R.G.B>에 빠져서 감상했다. TV 가 4개 들어있어야 하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3개뿐이라 아쉬웠다. 테두리가 한국적인데 가마나 상여를 위에서 내려다본 듯한 느낌이다. 네 모서리에 인물상들이 조각되어있는데 주인이 앉아 있고 잔칫날 문안받는 듯했다. 또, 각 꼭짓점엔 해태가 조각되어 있다. 영상엔 연꽃, 학, 백자를 비롯한 도자기들이 가끔씩 보이면서 지나갔다. 백남준 작품에 대한 고찰은 다음을 기약한다. 



 마지막 1 전시실은 한국 공예품들로 가득했다. 개관 전시였고, 전시 제목은 <아름다움을 찾아서>이다. 나는 외할머니의 영향으로 자개장을 좋아하는데, 자개 공예품들이 많아서 놀랐다. 자개 공예 가구들을 수집하고 싶다. 비녀, 떨잠과 같은 장신구를 비롯해 열쇠패, 안경집, 혼례복, 베개닛까지 다양한 수공예품이 있었다. 눈길을 뺏는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이었다. 


 제주도가 고향인 친구가 본태 박물관을 강추했는데, 어떤 이유로 추천했는지 궁금해진다. 

 박물관이자 미술관인 이 곳은 정체성부터가 혼란스럽다. 일본인 건축가가 한국 제주도에 지었다. 목적은 한국 전통 유물과 공예품을 전시하기 위함이다. 거기다 전통 미술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 동시대 미술까지 다룬다. 한 작품에서 다른 작품으로 넘어가 감상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이런 미술에서 저런 미술로 확확 바뀌어 하나에 확 빠져들어 그 기분에 젖어 있기가 어렵다. 작가 별로 또는 시대나 주제 별로 모여 있는 미술관이나 전시가 더 편안한 집중력으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비바람이 심한 날이라 본태 박물관 건축 자체를 감상하기엔 애로가 있었다. 나중에 날 좋을 때 한 번 들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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