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조선을 읽고 대한민국을 말하다
# 칼날 위의 역사
# 이덕일
# 인문서원
# 2016년 1월
# 한 줄 추천평 : ★★★★★ 말머리의 글로 추천평을 대신할 수 있겠다. ‘답은 언제나 역사에 있다. 역사는 인류가, 우리 선조들이 살아왔던 길의 집합이자 삶의 총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는 직접 답을 주는 대신 여러 선택지를 우리에게 준다. 그래서 늘 선택은 살아 있는 자의 몫이다.’
# 읽기 쉬는 정도 : ★★★★☆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어려운 역사 용어나 연도별로 나열되는 형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주제에 대해 4~5장 의 역사 이야기가 있고, 4~5줄 정도 현재 정치와 대한민국에 대한 논평이 살짝 있다. 확실히 역사가의 시선이라서 그런지 현재를 기술하는 내용은 적고, 또 현시대를 논하기엔 아직 기간이 짧다는 느낌을 준다. 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이는데, 말을 극도로 아끼는 느낌이 들었다. 반복되는 내용들이 있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어릴 적 일기장의 이름을 정조의 일기처럼 <일성록>으로 지었던 기억이 난다. 하루를 되돌아볼 때 왜 그렇게 반성할 일이 많았을까. 자기 검열이 심했던 걸까 아니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필요한 성찰이었을까? 이 둘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은 어디쯤일까? 그 지점을 깨달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아니면 더 나이가 들어야 깨달을 수 있는 걸까? 아마 정조도 똑같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우리는 같은 고민과 비슷한 생각을 반복한다. 그래서 역사에선 배울 것이 많다. 미리 산 사람들의 조언들이다.
“정조는 일성록을 편찬하는 이유에 대해 "증자가 매일 세 가지로 자신을 반성했다는 교훈은 학자의 실천 공부에 가장 긴요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이 교훈을 가슴에 담아왔다.”라고 말했다. 공자의 제자 증자의 ‘일일삼성’ 은 남을 위해서 일하는 데 정성을 다했는가? 벗들과 사귀는 데 신의를 다했는가? 배운 가르침을 실천했는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조는 여기에 더 해 “밤에는 하루의 일을 점검하고, 한 달이 끝날 때면 한 달 동안 한 일을 점검하고, 한 해가 끝날 때면 한 해 동안 한 일을 점검한다.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실천하니 정령과 일처리 과정에서 잘한 것과 잘못한 것, 편리한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마음속에 깨닫게 된다. 이 역시 날마다 반성하는 한 가지 방도다.”라고 말했다. (p. 74)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찾아볼 수 없는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때의 양반과 왕의 모습을 보면 스스로는 느끼는 점이 없을까? 지배층은 세금을 거두고, 부자로 떵떵 거리며 음서니 병역 면제니 온갖 권리는 다 누리면서 의무는 모두 피지배층에게 지우는 모습이 과거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류성룡의 면천법을 비롯한 개혁적인 당근 정책이 실제로 큰 효과를 봤는데, 이런 교훈에서 배우는 것이 전혀 없을까? 역사를 모르는 걸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제 눈앞의 이익을 위하기 때문이리라. 국가의 안녕이나 국민 대다수의 안녕보다도 내 아들의 병역 면제와 내 딸의 대학원 입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아는 것의 차이, 머리로 아는 것과 아는 대로 행동하는 것의 차이는 정말 크다. 머리로 알고, <일성록>을 쓰며 매일 반성해도, 반성의 결과로 행동의 변화가 없으면 머리로 깨달음 그리고 반성한 것은 무용지물이다. 나의 선택, 나의 행동, 내가 선택하는 행동이 바로 나의 삶을 구성하고, 나아가 나를 구성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미덕이 깃든 행동을 하다 보면 나중에 자연스럽게 그런 행동이 몸에 밴다.’ 그래서 행동으로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지금, 이곳에서의 행동에 주목하여야 한다. 아무리 번지르르한 말을 늘어놓아도, 행동이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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