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가 더 좋은 거 아닌가? 돈 더 받아먹으려고 그러는 거 아냐?
39세 박담아 씨는 배가 아픈 지 1주일 정도 됐다. 소화 불량인 것 같아 약국에서 소화제를 사다 먹었다. 약을 먹고 좀 괜찮은가 싶었는데 미약하게나마 불편함이 지속하였다. 건강 검진을 받는 내과에 가서 피검사를 받았다.
“지난번 건강검진 때 담석이 있다는 거 들으셨죠?”
“네. 무슨 돌이 있다고 그러셨어요.”
“쓸개에 돌이 있었는데, 그 돌이 빠져나와서 담도를 막은 것 같아요. 담도염이 의심되고, 이건 돌을 빼내는 게 치료니까 큰 병원 가보세요.”
담도염에 대해 검색해보니 수술이 필요한 병이라고 해서 대형병원 응급실로 갔다. 그리고 복부 CT를 찍었다. 진통제가 들어갔는지 복통은 많이 줄어들었다. 3시간째 응급실에 머무는 중인데 곧 복부 MRI를 찍겠다고 한다.
“아까 CT 찍었는데요?”
“CT 말고 MRI로 담도를 좀 더 살펴볼 예정입니다.”
“그럼 CT 안 찍고 MRI만 찍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많은 비의료인이 'X-ray보다 CT가 낫고, CT보다는 MRI가 더 낫다.'라고 알고 있다. MRI가 가장 좋은 검사이니 다른 건 생략하고, MRI만 찍겠다 라고 검사를 지정하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보고자 하는 해부학적 위치와 어떤 질병들을 감별해야 하는지에 따라서 단순 X-ray가 비용과 부작용 대비 효과 면에서 훨씬 좋을 수 있다.
즉, 경우에 따라 영상 검사의 왕은 달라진다. 무조건 MRI가 최고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환자들이 영상 검사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음으로써 병원이나 의료진은 '돈 벌려고 괜히 CT 찍는 거 아냐?'라는 시선을 받게 된다. 병원에서 가장 많이 찍는 단순 엑스레이와 CT, 그리고 최근 보험 보장성 강화로 수요가 급증한 MRI를 비교해서 살펴보자.
X-ray는 일반 촬영, 단순 촬영이라고 불린다. 조직마다 X-선을 흡수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가 사진에 나타남을 보는 것이다. 단순 X-ray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삼차원의 인체를 이차원의 사진으로 보기 때문에 한 가지 차원을 눌러 없앤 사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없어진 차원의 겹쳐진 부위는 정확히 살펴볼 수 없다.
예를 들어 단순 흉부 방사선 촬영에서 심장과 폐가 겹쳐진 부분의 폐 영역은 심장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만약 이 부위에 이상이 있다면 단순 X-ray 검사에서 놓칠 수 있다. 또, 단순 X-ray는 방사능 노출이 있다는 부작용이 있으며, X-ray의 흡수도가 크게 차이 나는 부위만 구별되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싸고, 이동 검사가 가능하며, 빠르다는 장점으로 흉부, 복부 및 뼈를 볼 때 기본 검사이다.
CT는 몸을 단면으로 잘라서 본다. 인체의 단면에 X-ray를 투과시키고 반대편에서 검출기를 이용하여 탐지한다. 쉽게 X-ray를 여러 장 찍는다고 보면 된다. 인체 주위로 360도 회전시켜 가며 여러 각도에서 반복적으로 찍기 때문에 X-ray에 비해 조직들을 구별해주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하지만 단순 X-ray보다 방사능 노출이 훨씬 많다는 단점이 있다. 조영제를 사용하여 혈관을 구분시켜 다른 조직과의 구별을 용이하게 하지만 신장 독성과 같은 조영제 부작용도 동반한다. CT는 많은 두경부 질환, 흉부 및 복부 질환에 필수적인 검사로 정착하였다.
MRI는 수소 원자를 본다. 우리 몸의 70% 는 물로 이루어져 있고, 물 (H2O) 에는 수소 원자가 들어있기 때문에 우리 몸속의 "물"을 본다고 생각하면 쉽다. 수소 원자핵이 초강력 자석 속에 들어가서 여기(excitation) 됐다가 이완(relaxation)되는 과정을 포착한다. MRI는 CT에 비해 연부조직(connective tissue)을 구별하는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방사능 노출이 없다는 장점이 있으나 심박동기나 인공내이 이식, 금속성 이물질을 몸에 지니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MRI를 찍을 수 없다. 신경계, 근골격계 질환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며 최근 MRI의 보장성 강화로 훨씬 더 흔한 검사가 됐다.
가끔 CT를 찍었는지, MRI를 찍었는지 구분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있다. 간단하게 빨리 끝나면 CT, 지루할 정도로 오래 걸리면 MRI였다고 알면 된다. 또는, 관 속에 들어가는 기분이며 매우 시끄러웠으면 MRI이다.
첫째, 뇌졸중이다. 뇌졸중은 '중풍'이라는 용어로 많이 알고 있는 산소 및 영양 공급이 되지 않아 뇌세포가 부분적으로 죽는 질병이다. 뇌는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가장 먼저 죽는 기관이기 때문에 산소를 공급해 주는 혈관이 매우 중요하다. 혈액 공급이 되지 않은 이유는 크게 첫째, 혈관이 터져서 둘째, 혈관이 막혀서이다. 전자를 뇌출혈성 뇌졸중, 후자를 뇌경색성 뇌졸중이라고 한다.
뇌졸중이 의심될 때는 가장 먼저 뇌 CT를 촬영하는데, 그 이유는 급성 출혈의 경우 진단이 CT가 MRI보다 쉽고, 무엇보다 더 빠르기 때문이다. 뇌졸중에서는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빠른 진단을 위해 CT를 먼저 찍는다. CT에서 뇌출혈이 보이면 뇌경색성 뇌졸중은 배제하며 MRI 촬영은 안 할 수 있다. 하지만 CT에 뇌출혈이 보이지 않는데 증상이 뇌졸중을 보인다면 이어서 뇌 MRI를 찍어야 한다. 급성이 아닌 아급성이나 만성 출혈 그리고 초급성, 급성 허혈성 뇌졸중을 진단하기엔 MRI가 매우 유용하다.
그래서 마비가 생기거나 의식 장애 등의 뇌졸중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뇌 CT, 그리고 뇌 MRI 검사가 이어지는 것이 교과서적인 진단 과정이다.
둘째, 간담췌 질환의 경우이다. MRI는 앞서 설명했듯이 "물”을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담즙이라는 물이 지나가는 수로 즉, 담관이나 췌관을 잘 볼 수 있다. CT가 단면으로 잘라서 보기 때문에 작은 물길은 잘리는 면에 따라서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므로 추적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MRI는 자동으로 담관이나 췌관을 검출해주기 때문에 매우 유용하다. 그래서 담관이나 췌관과 같은 직경이 매우 작지만, 질환의 병태생리에 중요한 해부학적 구조물을 보기에 유용하다. 또, 혈관을 염색해주는 조영제를 사용한다면 훨씬 해부학적 구조를 자세하게 볼 수 있어 암의 수술 가능 여부 등을 판별할 수 있다.
그래서 CT를 촬영하여 간담췌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담관이나 췌관 등의 물길을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는 의사의 판단이 있으면 CT 촬영에 이어 MRI 검사가 이어서 생길 수 있다.
비의료인의 입장에서 의학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검사가 추가될 때 병원과 의료진을 의심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이다. 그래서 병원은 검사를 왜 하는지 그 필요성을 설명을 자세하게 해야 하고, '설명의 의무'로 법적으로도 의사에게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대형 병원에서 충분한 설명을 들은 경험은 거의 없을 것이다. 수술의 경우 법적으로 수술의 설명에 대한 항목이 매우 강화되었다. 의료법 제24조의2를 보자.
의료법 [시행 2021. 4. 8.] [법률 제17203호, 2020. 4. 7., 타법개정]
제24조의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 ①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이하 이 조에서 "수술등"이라 한다)를 하는 경우 제2항에 따른 사항을 환자(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의 법정대리인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게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하여 수술등이 지체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여지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에 따라 환자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2. 수술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
3. 환자에게 설명을 하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및 수술등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성명
4. 수술등에 따라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 또는 부작용
5. 수술등 전후 환자가 준수하여야 할 사항
③ 환자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에게 제1항에 따른 동의서 사본의 발급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제1항에 따라 동의를 받은 사항 중 수술등의 방법 및 내용, 수술등에 참여한 주된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변경된 경우에는 변경 사유와 내용을 환자에게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⑤ 제1항 및 제4항에 따른 설명, 동의 및 고지의 방법ㆍ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본조신설 2016.12.20]
행위준칙이라든가 설명의 의무에 관한 내용도 너무나 많지만, 다음 기회에..
수술 동의에 대한 설명은 몇십 분 단위로 길게 하지만 CT 나 MRI 같은 영상 검사의 경우 설명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이것들은 우리나라에서 기본 검사 축에 들어가고, '어제 찍었어도 오늘 또 찍는' 흔한 검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법적으로' 설명의 의무에 해당되지 않다. 의사는 모~든 의료행위를 설명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 법에서 수술, 수혈, 전신마취 이렇게 지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어떤 의사가 싸가지 없는 태도로 설명도 안 해주지만, 고소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병원이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관해 설명하며 '충분히' 납득시키며 설득한 후에 검사를 진행한다면 '사기꾼 오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많은 개인 병원들이 양심에 근거하여 불필요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좀 더 장사꾼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일까? 의사들이 모두 하나같이 욕심쟁이에 인격 파탄자라서 그럴까?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가?
영상 설명 참고 : 영상의학 일조각, 한만청, 제3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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