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취선을 따라 이 마음을 가져가 주세요

by 여휘

간식을 먹고 남은 상자를 유심히 보니 ‘절취선을 따라 접어주세요’라는 말이 있었어요. 상자는 이 선을 따라야만 비로소 제 모양을 완성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죠. 마치 그 선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듯이요.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다가, 내 안에도 비슷한 선이 하나 생겼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도 넘을 수 없지만 오로지 당신만이 넘나들 수 있는 그런 선이요.


그 마음은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지만 처음부터 그 자리에 인쇄되어 있었답니다. 당신의 모든 걸 알지 못하는 동안에도 나는 당신이 이 선 위를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 선을 따라 당신에게 닿는 것이 내 하루의 낭만이거든요. 내게 오는 것이 힘들다면 제가 접혀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요.



그 누구도 접을 수도, 접힌 적도 없는 내 마음이 한 번의 눈 맞춤에 이리도 쉽게 모든 걸 내어주다니. 당신에게 제대로 홀린 듯합니다. 항복이에요.


그래서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요. 내 안에 생겨난 이 선을 따라 나를 떼어내어 당신에게 건네주고 싶다고요. 나는 이미 한 번 접혀버린 마음을 되돌리는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만약 언젠가 당신이 무심코 돌아보는 순간이 있다면, 그때는 알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나는 당신 쪽으로 접혀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이전의 나로 돌아가려 하지 않습니다. 이미 건네진 것이나 다름없는 마음으로, 이제는 그저 당신의 안녕을 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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