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생각해요. 세상에는 설명할 수 있는 만남과, 설명할 수 없는 만남이 따로 있는 것 같다고요. 이유를 붙이면 붙일수록 더 어색해지는 인연이 있어요. 언제 처음 시작됐는지도 모르겠고, 왜 하필 당신이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느껴지는 그런 만남이요.
우연이 반복되면 그저 자주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당신은 뭔가 달랐어요. 나도 모르게 시선이 먼저 당신을 찾고 있었거든요. (웃음) 사실 알고 보면, 당신을 만난 일은 내 삶의 모든 선택들이 천천히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결과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말하니 되게 거창한 고백을 한 것 같아 쑥스럽네요.
당신을 처음 마주했을 때도 그랬어요. 낯설어야 맞는데 낯설지 않았고, 조심스러워야 하는데 마음이 먼저 다가가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그 순간을 아직도 잘 설명하지 못해요. 다만 분명한 건, 선택했다기보다 알아봤다는 느낌에 가까웠다는 거예요. 마치 오래전에 잃어버린 무언가를 너무 늦지 않게 다시 찾은 것처럼요. 우연이라고 말하기엔 우리는 너무 여러 번 서로를 향해 서 있었어요. 이 말을 하면 반달눈이 되어 싱긋 웃어줄 당신을 떠올리니 마음이 조용히 녹아내리네요.
사람들은 인연이라는 말을 쉽게 말하지만, 나는 당신을 만나고 나서야 그 말이 조용히 이해됐어요. 애써 이어 붙이지 않아도 이어지는 것, 붙잡지 않아도 곁에 머무는 것, 약속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일을 함께 떠올리게 되는 것. 그런 건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애초에 정해져 있던 순리 같아요. 우리는 어쩌면 처음부터 서로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었던 것처럼 보여도, 결국 같은 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길이 었을지도요.
그래서 나는 믿어요. 어떤 만남은 이어가려고 애쓰지 않아도 이어지고, 지키려고 애쓰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다고요. 우리는 서로를 붙잡고 있는 게 아니라, 같은 방향에 서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놓칠 일도, 잃어버릴 일도 없는 거예요.
만약 그렇다고 한들, 우리는 결국 다시 서로를 되찾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