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이 유난히 밝네요. 정월대보름이라 온 세상 사람들이 올려다보니 더 환하게 빛나나 봐요. 유독 오늘은 먹구름이 많아 달이 보일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함께 바라보니 더 아름답습니다. 구름에 가려 보일 듯 말 듯 애를 태우던 보름달처럼, 당신도 나를 애태웠죠. 함께 걸을 때면 손등이 닿을 듯 말 듯했고, 영화를 보며 팝콘을 집을 때도 손끝이 스칠 듯 말 듯했어요.
나는 밀고 당기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어요. 마음을 주고 빼앗는 일 같아서, 괜히 괘씸하다고 여겼죠. 그런데 당신 앞에서는 자꾸만 생각이 달라졌어요. 혹시 내 마음이 먼저 들켜버린 건 아닐까, 그래서 이렇게 아슬아슬한 줄 위에 세워둔 건 아닐까 하고요. 한 번쯤은, 정말 한 번쯤은 당신이 먼저 내 손을 잡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마다 심장 소리가 온몸에 번졌어요. 당신이 던진 작은 돌멩이 하나가, 나라는 우물에 얼마나 깊은 파동을 남기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이따금씩 당신의 눈이 나를 스칠 때면, 나는 숨을 고르는 법을 잊습니다. 들릴 듯 말 듯한 당신의 한마디에 하루가 기울고,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나는 이미 당신 쪽으로 반 발짝 더 기울어 있었어요. 어쩌면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이 아슬아슬함의 끝이 결국 당신이라는 걸. 손이 닿지 않아도 이미 마음은 닿아 있었다는 걸요.
그래서 이제는 말해보려 합니다. 이 줄타기를 끝내고 싶어요. 닿을락 말락 한 손이 아니라, 확실히 잡고 싶어요. 들릴락 말락 한 마음이 아니라, 또렷하게 전하고 싶어요.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아니, 좋아한다는 말로는 조금 부족하네요. 당신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미는 달처럼 나타나는 순간마다, 나는 매번 같은 소원을 빌고 있으니까요.
당신과 나, 이 애태움의 거리를 지나 서로의 온기가 분명히 닿는 곳까지 함께 걸어가자고.
이번에는, 닿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