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치는 법을 모른 채, 당신이라는 바다로

by 여휘

나는 물이 무서워서 수영을 배우지 못했어요. 잔잔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몸집을 부풀려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아 도망치기 일쑤였죠. 그렇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따스한 햇살이 윤슬로 번지는 모습이 아름다워 늘 멀리서 넋 놓고 바라보곤 했어요. 언젠가는 나도 저 바닷속으로 뛰어들 수 있을까 하고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상일수록 더 호기심이 생기는 이 이상한 마음 때문일까요. 당신이라는 바다가 나에게 넘실거리며 밀려오자 내 안에서는 첫 봄에 움트는 새싹처럼 순수한 궁금증이 수면 위로 떠올랐어요. 너무 차갑지도, 그렇다고 너무 뜨겁지도 않은 이 바다에는 도대체 어떤 세상이 담겨 있을까 하고요. 나는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조심스럽게 둥실 대는 바닷속으로 걸어갔어요. 이 바다는 나에게 조심히, 또 조심히 오라는 듯 조용히 일렁였고요. 마치 내가 발을 헛디딜까 노심초사하며 다치지 않게 손을 잡아주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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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그런 바다예요.


나는 헤엄치는 법도 모르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품에 안겨 있는 그런 바다요. 머뭇거리기보다는 그저 뛰어들고 싶은 그런 사람이에요. 튜브도, 구명조끼도 없지만 나는 두렵지 않아요. 그저 당신이라는 바다에 몸을 맡기고 떠다니고 싶어요. 혹시 내가 서툴게 허우적거리더라도 당신은 나를 가만히 떠받쳐 줄 것만 같거든요.


여전히 당신을 유유히 헤엄치는 방법은 모르지만 괜찮아요. 이 바다에서는 굳이 잘 헤엄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까요. 그저 당신이라는 물결에 조용히 몸을 맡긴 채 천천히 흘러가 보고 싶어요.


헤엄치는 법을 모른 채,
당신이라는 바다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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