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브런치에 써둔 글을 읽었다. 엄마의 부고 소식을 들었던 그때의 이야기. 9편의 글을 힘겹게 써나가다 결국 끝맺지 못한 연재글. 글을 쓰면서 꽤나 괴로웠다. 나의 슬픔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몰라서. 내 짧은 문장 실력으로 인해 엄마의 죽음을 가볍게 서술하게 될까 봐. 혹은 그러지 않으려고 더 과하게 내 감정이 아닌 거짓된 감정을 표현하게 될까 봐. 그리고 좀 더 솔직한 이유는 앞 뒤 맥락 없는 나의 감정 상태를 그냥 서술하고 싶은데 읽는 독자에게 모호할 것 같다는 주변의 코멘트가 마음을 무겁게 했다.
다시 글들을 읽어 본다. 읽는 내내 눈물이 난다.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마음을 다해서 썼던지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엄마의 부고 소식을 들었던 날 느꼈던 슬픔이 밀려왔다. 엄마를 떠올리면 이제는 슬픔이 아닌 긍정과 기쁨을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내게 엄마의 죽음에 대한 슬픔이 남아있다니 오히려 반갑기도 한 아이러니 한 마음.
엄마가 돌아가신 지 어느덧 5년을 채워간다. 글을 쓰려고 세어 본 5년이라는 숫자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엄마 없이 지낸 시간이 벌써 그렇게나 오래되었다니. 나에겐 아직도 생생히 존재하는 엄마가 다른 사람들에겐 진작에 잊혔겠다 싶어 서글퍼진다. 서울에 계신 아빠가 왜 그리 엄마 이야기를 계속하는지 알 것 같다. 그리움도 물론 이겠지만, 말하지 않고 계속 떠올리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아서. 혼자 속으로 간직한 기억으로는 온전할 수 없으니까. 엄마를 함께 기억해 주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던 것.
엄마 없이 살고 있는 5년 차, 엄마바라기 사랑둥이 막내딸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엄마를 떠올리면 내 얼굴엔 언제나 미소가 지어진다. (특별히 오늘은 빼고. 제목을 쓰다가도 울었다. 슬퍼 슬퍼..) 엄마는 항상 존재하는 그대로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마와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았음을 알기에 엄마는 여전히 내게 가장 큰 의지처이고 힘이 되어준다. 엄마와 함께 지낸 시간 동안 받은 무한한 사랑과 긍정의 에너지가 내 삶의 뿌리에 단단히 자리 잡았기에 대지으로부터 강력한 힘을 받듯 중심을 잡고 살아가고 있다. 엄마에겐 늘 감사함을 느낀다. 엄마가 내 삶에 얼마나 큰 선물을 주고 있는가에 대해서. 살아생전이나 돌아가신 이후나 여전히 엄마는 늘 내게 사랑만을 주는 존재이다.
5년 전 글 속의 미정은 엄마 없는 세상을 두려워했다. 자신을 지켜주는 빛이 사라지는 것 같았으니까.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기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존재의 소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때의 미정에게 살며시 찾아간다. 슬픔과 고통 속에 뒹굴고 있는 아이.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앞으로도 너는 그 사랑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아. 오히려 더 큰 사랑 속에서 더 멋진 네 삶을 살게 될 거야.
과거와 현재는 언제나 이렇듯 연결되어 있다. 그 아이가 어느 날 문득 더 이상 안 슬픈 것 같다는 생각을 아주 비밀스럽게 떠올렸다. 아마도 지금의 내가 찾아간 순간이 아니었을까. 5년 전 나를 미래의 내가 위로하고 치유하는 아주 멋진 순간이다.
요즘의 나는 어느 때보다 더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시간과 마음을 쏟으며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다. 모든 새로운 도전 속에는 엄마의 응원이 함께 한다. 시간을 거슬러 우리는 언제나 연결되어 있으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도 얼마든지 느껴지니까. 그 속에 엄마의 사랑둥이 막내딸은 여전히 존재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