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알람이 유난히 바쁘게 울리는 주말. 구독하고 있는 브런치 작가들의 글이 바쁘게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그럴만한 것이 바로 이번 주말이 브런치 북 공모전 마감일이니까. 일 년 중 이 시기가 브런치 작가들에게는 축제가 아닐까. 그동안 마음을 담아 써온 글을 하나의 책으로 엮어 출판사에 출간 제안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이벤트. 그런 어마어마한 기회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니!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해 보고 싶을 것이다. 나도 그런 마음을 담아 브런치 북을 열심히 쓰려고 했던 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결국 이번 브런치 북 공모전에 도전하는 데는 실패했다.
쓰려고 했던 글을 다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마음에서 포기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마감까지 글을 못쓸 것 같다고 생각을 하고 나니, 열심히 달려오던 속도에 제동이 걸렸다. 11회까지 목록을 뽑아놓았던 글을 결국 6회까지 쓰게 됐다. 공모전에 도전하지 않은 나름의 타당한 이유를 찾아내어 나에게 떳떳하고 싶었지만, 다른 이들의 새 글 업데이트를 알림이 올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패배한 것 같은 쓰라림이랄까. 다들 마감을 위해 달리는 동안 나 혼자 도피해 버린 것 같았고, 브런치 북 발행 성공에 기뻐하는 잔을 들 때, 혼자 마음앓이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은 참 별로였다.
왜 완성하지 못했는지 이유를 써보려고 하다 마음을 접었다. 그 어떤 이유도 나에게 변명같이 들릴 것 같으니까. 그냥 내가 달리던 레이스를 중도 포기한 것 이외에는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다. 도망가 버린 나 스스로를 질책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꾹꾹 참아보려고 하는데, 참 그러기가 어렵네. 이게 뭐라고 내 마음에 이렇게 커다란 생채기가 생긴 걸까.
나는 지켜내기로 한 약속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앞에서 스스로 굴복한 모습이 괴로웠다.
나에게 언제나 솔직해지기로 다짐하고 다짐했는데, 나는 도망치고 말았다.
스스로에게 실망감이 꽉 차 오르니,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집중이 안되기 시작한 것 같고.
외부의 무언가에 기댈 것들이 필요한 날들이 이어졌다. 며칠 동안 이어져 온 슬픔과 우울은 다름 아닌 나에게서 떨어져 나온 시간이었음을 이제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