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영국에서의 새 출발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by Joung Policy Campaigner

영국으로 와서 지낸 지도 벌써 햇수로 4년이 다 되어간다. 그리고 이제야 영국에 제대로 정착한 것 같은 느낌이다. 내가 40대 중반에 영국행을 결심할 수 있었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들은 무엇이었을까?


필요조건

첫째, 영어는 무조건 default. 어릴 때부터(아마도 중학교 때부터?)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영어공부는 놓지 않고 했던 것 같다. 대학과 대학원을 다니면서 언어교환도 지속적으로 하고, 통역 봉사도 하고, 또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1년간 다녀오기도 했다.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필리핀에 있는 단체(AsiaDHRRA, Asian Partenrship for the Development of Human Resources in Rural Areas)에서 1년간 인턴쉽을 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일을 하면서도 항상 영어로 된 자료들을 볼 때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놓지 않았다. 하지만 대학원을 진학하기 위해서는 2% 부족했다. 그래서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어려운 단어들과 말하기, 쓰기 등 공부를 집중적으로 했다. 영국에서의 새 출발을 위해서 수십 년 간 나는 그렇게 영어에 공을 들였나 보다.

img_6380_elleysuh.jpg?type=w773 인턴십을 하던 AsiaDHRRA에서 참가했던 콘퍼런스 (2008년)
img_7753_elleysuh.jpg?type=w773 인턴십을 하던 AsiaDHRRA에서 참가했던 콘퍼런스 (2008년)


둘째, 미혼의 몸이었기에 쉽게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미혼이 아니라서 도전을 할 수 없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미혼으로 가벼운 몸이었기에 쉽게 영국행을 결정할 수 있었고, 또 대학원 진학을 위해 지출하는 큰 비용(약 7천만 원)을 감당해 낼 수 있었다.


충분조건

열정적으로 일하던 회사를 떠나게 된 것. 그리고 한국 내에서는 어떤 회사건 가고 싶은 곳이 없었다는 것. 국내에서 꽤 잘 알려진 아동단체에서 일을 했다. 내 성향과 잘 맞는 곳이기도 하고, 주로 하던 일이 나의 성향과 잘 맞아서 꽤 열심히 일하고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좋은 일은 오래가기 쉽지 않은 법. 개인적인 이유로 회사를 떠나게 된 것. 그리고 가서 일해보고 싶은 또 다른 단체가 마침 있어서 잠깐 일을 하기도 했지만, 역시 그전에 일하던 회사가 최고의 직장이었다. 2년 계약을 마치고 영국행을 결심했다.


이런 필요, 충분조건들이 받쳐줘서 나는 지금 영국, 런던에 와 있다. 한국에서처럼 번듯한 단체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처럼 나이에 맞는 직급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이 새로운 삶이 꽤 만족스럽다. 나이에 따라 직급이 올라야 하고, 나이에 따라 해야 할 것을 해야 하는 한국이었다면 생각하기 힘든 새로운 분야에서 새롭게 일을 배우고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누구든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나이를 따지지 않고, 내가 도전할 열정이 있는지를 따지고, 비바람에 흔들려도 꿋꿋하게 버텨낼 용기가 있다면 나는 도전하는 삶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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