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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님 Sep 17. 2022

수시 원서 접수를 마치고

징역 1년, 벌금 5천만원 형의 끝이 보이다

오늘까지 마감이던 2023 대입 수시 원서 접수를 마쳤다. 작년에 입시를   치러 보았으니 올해는  나을  알았건만 여전히 장님 코끼리 더듬는 심정으로  학교  학교에 원서를 넣었다. 주변에 재수생과 3 수험생이 많아 서로 상의를 하며 준비를 했는데도 돌아보면 얼떨결에 "그렇게 되어 버렸다" 생각이  뿐이다. 나름 우리 대학에서 입학사정관도 해봤고 대학별 고사의 출제위원  봤지만 막상 자식의 입시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한다. 그나마 이런 경험이 없는 다른 엄마들 마음은 오죽할까 싶다.


재수는 흔히 "징역 1년에 벌금 5천만원" 형이라고 한다. 겪어보니 실제로 그렇다. 지난 2월에 알아보니 재수학원은 상호 간의 친목을 금지하며, 친목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눈빛 교환 자체가 금지된다. 스마트폰은 당연히 사용 금지라 하루 종일 연락이 안 된다. 아이가 선택한 독학재수학원에서는 하루 두 끼를 배달 도시락으로 떼운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먹어야 하며 타인과의 대화도 금지된다. 입이 짧고 예민한 편이지만, 아이는 적응을 하여 그럭저럭 주는 대로 묵묵히 먹고, 남은 시간은 나가서 동네 한바퀴 돌아도 되련만 다시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한다. 그러니 징역 1년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독서실에 틀어박혀 인터넷 강의만 듣는 아이가 너무 딱하여 가까운 재수종합학원에 국어와 탐구 과목을 신청해 주었다. 학원에 가는 동안은 독서실을 벗어날 수 있고, 10분 안팎이지만 걸을 수 있고, 화면으로만 보는 선생님보다 눈 앞에서 만나는 선생님이 감옥같은 재수 생활에 활기를 더해 주었다. 그날 그날 날씨와 시사 이슈에 대해서도 짧게나마 언급을 하는 선생님들 덕분에 세상과 격리된 기분이 줄어들었다. 어떤 선생님은 아이 생일이라고 선물을 챙겨주시기도 하고 미용실에 다녀오면 알아채고 한 마디 해 주시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학원을 한 두 과목씩 늘려가다 보니 벌금 5천만원이란 말이 점점 실감이 났다. 독서실비와 도시락만 해도 월 100만원이 넘는데, 학원을 좀 다니기 시작하자 수강료와 교재비도 쉽게 월 100만원을 넘겼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과목도 이제는 봉투 모의고사를 사서 풀게 하는데, EBS가 아닌 유력 재수학원에서 나오는 교재는 입이 떡 벌어지게 비싼 것도 드물지 않다. 추석 연휴에는 날마다 한 두 과목씩 특강을 들었는데,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이번 수시 지원에 쓴 전형료만 해도 38만원이었다. 재수학원이 모여 있는 동네에 손바닥만한 집이나마 전세를 얻느라 대출을 받았는데, 그 이자까지 합치면 재수 비용은 너끈히 5천만원을 돌파할 것 같다. 작년까지 사교육에 크게 돈을 쓰지 않았기 망정이지 정말 허리가 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10년 전에 들어둔 비과세 저축이 다음 달에 만기된다는 연락이 왔다. 아이의 재수비용을 충당할 정도의 금액이 나온다고 하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어린 자식이 여기 저기서 낙방 소식을 확인할 때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30년을 더 산 엄마보다 아이가 받은 실패와 불합격 소식이 훨씬 많다니 정말 잔인한 입시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겨우 스무살이 된 아이에게 얼마나 깊고 큰 상처가 되었을까.


징역 1년, 벌금 5천만원 형도 이제 끝이 보인다. 이제부터는 컨디션을 잘 유지하고 수능과 대학별 고사를 잘 치러낼 때까지 아프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조금 더 자고, 조금 더 쉬고, 꼭 필요하다면 하루쯤 바람 쐬러 나가기도 하면서 아이의 몸과 마음을 잘 챙겨주려고 한다. 부디 이 인내의 시간이 좋은 결실로 맺어지기를 빌어본다.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mintchap?utm_source=unsplash&utm_medium=referral&utm_content=creditCopy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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