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참여한 스마트폰 중독 예방캠프
지이이잉. 핸드폰 알람을 보니 e알리미 메시지다.
학교에서 무슨 공지사항을 보냈나 봤더니 초등학교 2,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폰, 인터넷 중독 예방 캠프에 대한 안내장인데 캠프 장소가 제주도다.
제주? 제주도 캠프? 초3?
사실 스마트폰 중독 예방보다는 제주도라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캠프에 신청을 했다.
물론 우리 집 초3 어린이는 유튜브를 정말 열심히 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그것을 좀 개선해 보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캠프일정이 시작되었다.
캠프 안내문에 동행한 부모의 스마트폰도 캠프 기간 동안 사용금지이며 각 방의 티브이도 못 본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도 마음 한쪽 구석에선 설마 아예 못하게야 하겠어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못했다. 그야말로 미디어가 금지된 2박 3일의 시작이었다.
1. 첫째 날 오후 일정 시작.
간단히 캠프안내사항을 전달받고는 각 가정별로 소개를 했다. 작년에 이미 캠프를 참석했었다는 가족도 몇 가정 있었고, 쌍둥이를 데리고 엄마, 아빠가 다 참여한 가정도 있었다. 작년에는 첫째를 올해는 둘째를 데리고 온 가정도 있었고, 특이하게도 쌍둥이 중 한 명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 명만 데리고 온 가정도 있었다. (참가 자격 자체가 아이 1명과 부모 1명이었다.) 엄마가 많긴 했지만 참석한 아빠도 꽤 숫자가 되었다.
2. 부모와 자녀 별도 그룹 모임시간
아이와 함께 할 때는 아이를 신경 쓰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부모그룹으로 따로 모이니 차분하게 대화가 되고 서로 비슷한 상황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나 이 먼 곳까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캠프참여를 한 부모님들이어서 그런지 자녀사랑이 각별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아빠들도 육아서를 여러 번 읽어보셨다고 할 정도로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셨다.
3. 캠프 첫날밤
드디어 핸드폰, 티브이 없이 잠드는 첫날이다. 혹시 재미없다고 징징거릴까 봐 들어오기 전에 책을 한 권 사줬는데 첫날밤에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아이는 캠프 시작 전 오전에 이미 바닷가에서 한참을 놀았던 터라 따뜻한 물에 씻고 책을 다 읽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왜 데리고 왔냐는 원망이라도 할까 봐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아무렇지 않게 첫날이 끝났다.
2. 둘째 날 오전
아이가 너무나도 기다리던 함덕 해수욕장에서의 놀이시간이다. 놀이 시간이 끝날 때 까지도 뽀송한 아이들도 많았으나 우리 집 초3은 해수욕장 도착과 함께 온몸이 젖었다. 그렇게나 좋을까.
두 시간 정도 아주 열심히 놀았다. 물총놀이, 모래성 쌓기, 모래 위에 글자 쓰기, 예쁜 토퍼를 들고 사진 찍기 등 각종 미션을 수행했다. 날씨가 너무나 화창했고 물은 또 어찌나 맑던지. 태양빛이 조금 따갑긴 했으나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려니 아무렴 어떠랴 싶었다.
3. 둘째 날 오후 시간
또다시 부모, 자녀 그룹을 나눠서 이번에는 어떻게 메시지를 잘 전달할지를 공부해 보았다. I-메시지 전달법은 사실 회사에서도 들어본 내용이었지만 이걸 자녀교육에 연결시키자니 쉽지는 않았다. 원래 스마트폰을 끄라고 했는데 끄지 않으면 깊은 샤우팅을 날리는 것이 답이 아니었던가. 부모그룹에서 먼저 연습을 해보고, 아이와 같이 하는 시간에서는 서로 함께 연습을 해보았다. 상황극을 했는데 이렇게 다들 해피엔딩으로 끝나다니. 사후 모임에서 꼭 물어보리라. 실제로도 그렇게 해피엔딩이었는지.
4. 저녁 시간 - 드디어 마지막
저녁을 먹고 강의장으로 갔는데 아이와 어른들을 분리한다. 또 뭔 수업을 하려나 했는데 갑자기 편지지를 주면서 아이에게 편지를 쓰라고 했다. 편지 쓰기 하면 또 자신이 있지. 마음을 담아서 두장을 채웠다. 옆에 있는 엄마, 아빠들도 모두 빼곡히 편지지를 채웠다. 더 길게 쓰면 또 잔소리가 나올 것 같아 두장에서 마무리를 한 후 다시 본 강의장으로 돌아갔다. 들어가기 전에 얼핏 보니 불이 꺼진 것 같아서 뭔가 하면서 문을 열었더니 이게 무슨 일이야! LED 촛불로 하트 길을 만들어 두었다! 이런 귀요미들 같으니라고!!!!
귀여운 인형 꽃을 수줍게 전달하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그다음 순서로 아이에게 직접 편지를 읽어주는 시간이 되었다. 좀 쑥스러웠지만 천천히 편지를 읽어줬더니 평소에 천진난만 말괄량이 초3 어린이가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 편지를 좋아할 줄 알았다면 평소에 자주 써줄걸. 서로 꼭 안아주고 사랑의 뽀뽀를 해주었다. 스마트폰에서 멀어지니 이렇게 가족이 가까워진다!
4. 마지막으로 느낀 점.
스마트폰 중독 예방캠프에 온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이들은 밝았고, 수업에 집중했으며 쉬는 시간에는 호텔 로비의 책을 자연스레 꺼내어 읽었다. 잠시 동안 호텔 로비가 도서관인가 싶을 정도로 아이들은 부모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책에 집중했고, 부모님에게 스마트폰을 달라거나 티브이가 보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는 아이가 한 명도 없었다. 부모님 한 분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라에서 초등학생에게는 스마트폰을 주지 말라는 법을 만들면 좋겠다고 하신다. 모두가 가지고 있지 않으면 달라고도 하지 않을 거라고.
수업 마지막에 앞으로 지킬 스마트폰 규칙을 서로 적는 시간이 있었다. 엄마, 아빠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웠으니 얼마나 잘 지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사후 프로그램이 3주 후에 있다고 하니 경과가 어떤지 그때 한번 살펴볼 심산이다.
2박 3일간 스마트폰이 없이 살아보니, 사실은 엄마인 나도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짐을 느꼈다. 그동안 스마트폰이 연결해 준 관계들이 필요하다 싶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되었나 보다. 예상보다 마음 편한 2박 3일을 보내보니 앞으로도 종종 스마트폰과 멀어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이 지난 우리 집.
초3 꼬맹이는 여전히 규칙을 잘 지키고 있고, 덩달아 초6 오빠도 게임시간이 줄었다.
그리고 제일 문제였던 나도 스마트폰 시간이 줄고, 아이들이 조르면 허용해 줬던 태도도 바뀌었다.
캠프 강사님이 말씀하셨다.
우리는 완성과 완벽의 상태가 아니라, 시작하는 첫 발을 뗀 상태이다. 캠프에 다녀왔는데 왜 마법이 이루어지지 않는지 속상해하지 말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스타트임을 기억해 달라고.
제주에서의 꿈같던 시간들을 기억하며, 우리 가족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