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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Jul 22. 2023

남매 엄마의 여름 더위 걱정


"엄마, 오늘 축구 선생님이 나보고 방금 전에 샤워하고 왔냐고 했어."

"왜???"

"머리가 젖어서 물어보셨대. 그냥 땀난 거였는데."

"아… 그래?"


그렇다. 우리 아들은 정말 땀이 많다. 특히 머리에. (이거 대머리 될 징조라는데… 어쩌지?)


아기일 때부터 항상 밤에 잘 때는 땀을 흠뻑 흘리고 자서 혹여나 기력이 달릴까 봐 걱정을 많이 했었다. 지금은 그런 걱정은 좀 덜하지만 오히려 땀이 많이 나서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을까 봐 걱정이 된다.


이런 아이에게 여름의 더위는 피할 수 없는 걱정거리이다. 물론 아이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걱정은 엄마인 내가 한다.


더위를 타서 입맛이 떨어지면 어쩌나. (다행히 입맛은 사시사철 좋다.)

땀이 많이 나서 몸에서 냄새가 많이 나면 어쩌나. (열심히 씻게 하고 있고 다행히 씻는 걸 좋아한다.)

땀이 많이 나는 모습이 다른 아이에게 불쾌감을 주면 어쩌나.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일단 남자아이들끼리는 별생각이 없는 듯하다.)


틈틈이 정수리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본다. 아직은 그다지 냄새가 안 나는 걸로 봐서 사춘기가 오지는 않은 것 같다. 아이들 정수리 냄새로 고민하는 글이 맘카페에 종종 올라오는데 그때마다 냄새해결에 좋다는 샴푸 이름을 저장해두고 있다. 아마 곧 필요할 날이 올 것 같다.


아들에게 여름은 짧은 머리가 더욱 짧아지는 계절이다.




반면 이와는 반대로 같은 뱃속에서 나온 둘째는 완전히 정반대의 고민을 하고 있다.

왜! 도대체 왜! 더운 여름에도 긴 머리를 풀고 다니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나는 머리카락이 조금만 내려와도 그 답답함을 참을 수 없어서 매일같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고 다닌다. 

"고3 생활 언제 끝나요?"

회사 동료들이 물어본다. 

이 말은 내가 고3 수험생 같이 머리를 묶고 다닌다고 하는 말이다.


이런 엄마 밑에서 태어난 딸은 왜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다니는지 이해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아침에 분명히 머리카락 한올 나오지 않게 곱게 묶어서 학교에 보냈건만 하교할 때 보면 머리를 묶은 고무줄은 온 데 간데 없이 긴 머리를 내린 채 나온다.


보고 있는 내가 더 더운데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 않을까.

물어볼 때마다 덥지 않다고 하니 나로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땀은 나지 않지만 얼굴이 살짝 발갛게 달아오를 때가 있는 걸로 봐서 덥지 않은 건 아닌 것 같고 최대한 이해를 해보자면 편해서 이 머리를 고수하는 듯하다.


정작 본인이 편하다니 머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보고 있는 내가 참을 수가 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더위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두고 보자라는 마음으로 지켜볼밖에.




분명 내가 어릴 적에도 여름은 있었고 그때도 꽤 더웠던 것 같은데 요즘은 점점 더 날이 더워지는 것 같다. 실제로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고 하니 예전보다 더운 것이 맞기는 한가 보다.

이런 더위의 여름, 머리는 짧지만 땀으로 샤워하는 큰 애와 얼굴은 뽀송하지만 긴 머리로 감싸고 다니는 둘째를 보고 있자니 내 몸 더운 것보다 더 더운 느낌이다.


늘 이럴 때마다 내 마음을 위로하는 한 마디가 있다.

"지 팔자지 어쩌겠어. 대신 더워줄 수도 없고."

우유에 탄 미숫가루에 얼음 동동 띄워 마시며 더워진 몸과 마음을 식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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