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손님과 서울 관광하기

APAC팀의 한국 방문 - 일주일이 한 달 같았다고 한다.

by 트윈플레임

"올해 우리 팀 미팅은 한국에서 합니다!"

"꺄아아아악~~~~~"


APAC소속 우리 팀 동료들이 모두 일제히 환호를 보낸다. 하지만 나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이 얘기인즉슨 팀 동료 11명이 동시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뜻인데 뭐부터 준비를 해야 하나.

거기다 날짜는 7월 중순. 무지하게 덥거나 비가 내리거나일 텐데 이로써 벌써 난이도 상승.

피할 방법은 없으니 일단 부딪혀보자.


1. 주말관광

열정 넘치는 나의 동료들은 미팅이 있기 전주 금요일밤에 이미 한국으로 출발했다. 주말을 온전히 한국에서 즐기기 위해서. 한국에 이미 와있다는 걸 아는 이상 주말 내내 모른 척하기란 힘들다. 잠깐 나가서 반갑게 맞이해 줘야겠다. 이들은 이미 토요일에 명동을 한 바퀴 휩쓸고 왔다. 왠지 나보다 서울을 잘 아는 것 같다.

일요일에는 광장시장을 간다고 했는데 정작 서울살이 20년이 넘은 나는 광장시장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요일 오전은 비가 많이 내렸다. 우리는 결국 오전 내내 코엑스에서 무한루프 쇼핑을 했다. 오후 4시경 나는 집으로 돌아왔고 이들은 이대와 홍대로 진출했다. 나보다 서울 잘 아는 거 맞네.


2. 경복궁, 삼청동 그리고 이태원

정식 미팅은 화요일부터였기에 아직 일정이 시작되지 않은 월요일에는 동료들이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처음 한국에 온 친구들도 있고 해서 뭔가 한국적인걸 보여주고자 저녁식사를 경복궁 근처로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조금 일찍 경복궁에 도착. 느긋하게 들어가고 싶었으나 매표소에서부터 이미 5분 안에 입장하지 않으면 입장 마감이라고 재촉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여유롭다. 그래도 괜찮다. 입장 시간 안에 다행히 입장을 완료했다. 경복궁에 대해서 물어봐서 궁전이라고 알려주고 나머지는 구글에 물어보라고 했다. 괜히 잘못된 정보를 알려줄 바에야 이 편이 나을 듯해서.

그런데 엄청 덥다. 땀이 삐질삐질 나고 궁전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서둘러 사진을 찍게 하고 삼청동 식당으로 향했다. 하필 식당은 삼청동 중에서도 안쪽에 위치해서 한참을 걸었다. 그래도 괜찮다. 저녁이 코리안 바비큐이므로!

즐거운 삼청동에서의 식사 이후에는 일행 중 한 명이 아는 이태원 바가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이동했다. 너무나 오랜만에 가본 이태원은 예전과는 분위기가 좀 다르게 조용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물론 어디를 간들 즐겁지 않을까.


3. 할랄 푸드는 무엇인고

동료 직원 중 한 명이 무슬림인데 할랄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할랄이 뭔지는 알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그 기준을 맞춰주기 어려울 듯해서 일단은 양해를 구하고 해산물 위주 음식으로 주문을 해줬다. 하지만 음식이름에 해산물이 들어간다고 해서 해산물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이번 기회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해물찜 육수에는 스지가 들어가고 해물순두부 베이스에는 돼지고기가 들어간다. 결론은 못 먹는다.

그래서 새우구이, 비빔밥에 고기 빼고, 야채 구이를 고깃집에서는 시켜줬고, 그 뒤로 간 양식당에서도 해산물 요리를 시켜줬다. 특별히 김치볶음밥에 고기 빼고 만들어서 가져다 주니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가장 위기의 순간은 사무실에서 도시락을 시켰을 때인데 에그 샌드위치 안에 깨알같이 햄이 박혀있을 줄이야. 결국 도시락은 통째로 못 먹게 되었고 급하게 샐러드 도시락을 사다 줄 수밖에 없었다.

막국수 육수는 동치미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를 구해준 메뉴였다.



4. 매일이 축제였소

우리 팀의 특징은 각종 기념일을 잘 챙긴다는 것인데 이번에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첫날 저녁은 막 출산휴가에서 돌아온 동료를 위해 케이크를 잘랐다. 그다음 날은 나의 입사 5주년 기념. 사실 우리 회사는 장기근속 직원이 많아서 5년은 쳐주지도 않지만 기왕 한국에 왔으니 챙겨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셋째 날은 우리 팀 팀장님의 입사 10주년 기념과 9월에 결혼하는 동료를 위한 브라이덜 샤워 그리고 7월 생일자 축하. 사실 팀장님 10주년은 이미 온라인으로 했었지만 또 우리가 만나서 축하하는 것에 의미가 있으니 각자 손으로 카드를 쓰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붙인 스크랩북을 선물했다. 브라이덜 샤워는 셋째 날 호텔방에서 했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컴플레인이 들어올까 봐 무서웠지만 다행히 그날 손님이 많지 않아서인지 무사히 넘어갔다. 7월 생일축하로 다시 한번 케이크를 자르며 축하행사를 마무리했다. 3일 연속 먹은 케이크로 이미 몸무게 2kg은 가뿐히 불어났다.


5. 마지막 마무리

서울이 아닌 외곽에서 마무리를 하게 되어서 준비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팀장님 사비로 준비한 기념품과 팀빌딩 기념품 그리고 전문 사진기사가 찍어준 기념사진까지 골고루 나눠주고서야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일 년에 적어도 세 번에서 네 번 정도 얼굴을 봤던 사이인데 코로나 이후로 일 년에 한 번 얼굴 보는 미팅으로 바뀐 바람에 마지막에는 헤어짐이 아쉬워 눈물을 흘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렇게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 전날 밤늦게 잠이든 것을 알기에 대부분 차 안에서 곯아떨어지리라 생각했으나 내가 그들을 과소평가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울로 오는 2시간 반동안 아무도 잠을 자지 않았다. 얘들은 분명히 약을 먹는 것 같다. 무슨 영양제인지 꼭 알아내야겠다.


이번 서울 방문을 통해 다시금 알게 되었다. 우리 팀은 정말 시끄럽구나. 우리 팀은 정말 재미있구나. 그리고 정말 친구 같고 가족 같구나.

회사 안에서 만난 동료는 밖에 나가면 끝이라는 것이 나의 지금까지의 지론이었다면 우리 팀은 나의 그런 고정관념을 확실히 깨 주는 사람들이다.


이들과 함께 한 일주일은 정말 행복했고, 동시에 힘들었다!

우리 앞으로는 다른 나라에서 만나자!!!!!



덧, 이 아이들은 각자의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결국 광장시장에 들렀다고 한다. 정말 나보다 서울 잘 아는 거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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