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며 일하면 불쌍한 건가요?

by 트윈플레임

며칠 전 인스타그램에서 어느 인플루언서의 포스팅을 봤다.

여자 택배기사님이 더운 날씨에 무거운 짐을 운반하시는 것이 너무 짠해 보였다고.


일면 무슨 뜻인지는 이해가 되었으나 불편한 마음이 툭 올라왔다.

물론 몸이 피곤하고 힘든 일인 것은 맞지만 본인의 선택으로 하는 일이고 그렇게 일하고 돈 벌어서 소중한 가족들 먹여 살리고 나도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건데 그게 그렇게 짠할 일인가.

그리고 결국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인데 모두들 힘들다고 멋지지 않다고 기피하면 누가 그 일을 할까.




나의 첫 직장은 건설회사였다. 그때 건축 시공 분야로 입사한 동기가 있었는데 국내 일류 학부와 대학원까지 나온 인재였다. 건축공학을 전공했다고 모두 다 설계사무소에 취직을 하는 건 아니니 대기업 건설회사에 취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어느 여름날 잠시 안전모를 벗고 그늘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유치원생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는 어머니가 그 아이에게 하는 말을 들었다.

너 공부 열심히 해야 해. 안 그럼 저기 있는 사람들처럼 막노동하면서 살아야 해.


순간 그 동기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어디 가서 한 번도 공부 못한다는 소리 들어본 적 없고 대학 합격했을 때 학교에 플래카드까지 붙었었는데 이건 무슨 상황인 건지. 요즘 말로 현타가 왔다고 한다.

물론 이 말을 전할 때는 웃으면서 이야기했고 우리도 웃으면서 그 상황을 지나치긴 했지만 그 어머니는 꼭 그렇게 이야기해야 했을까.


작은 바람이 있다면 아이에게 노동의 소중함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힘든 일이라고 동정하기보다는 그 일을 통해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는 것에 대한 감사를 전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너는 너의 아이가 땀 흘리는 일을 해도 괜찮으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솔직하게 나는 내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일 - 직업이라면 그 어떤 것도 괜찮다.

꼭 남들이 선호하는 번듯한 직업이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그 삶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면 더 이상 무얼 바랄까.


요즘 젊은이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비율이 늘고 있다고 한다. 남들이 보기에 멋진 일을 하지 않을 바에는 아예 일하지 않는 쪽을 택한다.

젊은이들에게 이런 두려움을 심어준 건 누구일까. 젊어서 고생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전은 해 볼 수 있을 텐데.

에어컨 나오는 시원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만이 최고는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에어컨 누가 설치해 줬을까.

에어컨 안 나오는 환경에서 설치기사님이 몇 시간 땀 흘려 일한 덕분에 우리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다. 다시 한번 더운 환경에서 땀 흘려 일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



덧, 택배 기사님 관련한 글을 올린 인플루언서는 게시물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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