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관계를 스마트폰에 뺏기지 말아요.
제주에서의 2박 3일 스마트폰 중독 예방캠프를 즐겁게 다녀온 초3 어린이. 3주가 지나면 사후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즐겁게 모임에 갈 거라고 생각했으나, 가기 싫다고 징징징.
제주도는 좋지만 서울에서 하는 모임은 싫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며 지하철로 이동하는 내내 엄마 속을 그렇게도 긁었다고 한다.
가는 길도 잘못 들어 헤매다가 겨우 도착한 보라매 공원.
모임 장소에서 친구, 동생들 얼굴을 본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을 날리며 뛰어가버린다. 내가 저럴 줄 알았지. 도착하기 전부터 땀을 한 바가지 흘리고 나서인지 기운이 좀 빠졌지만 그래도 심기일전 부모교육에 집중해 본다.
부모교육의 주된 내용은 아이와의 소통.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을 바탕으로 소통하며, 건강한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하는 것.
늘 듣지만 실천하기 힘든 일이라 이렇게 계속 정기적으로 들으면 굉장히 도움이 된다. 적어도 교육을 받고 나면 한동안은 천사표 엄마가 된다.
캠프 이후로 다시 만난 부모님들과 아이들의 3주간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는 시간도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리 집 초3이는 그래도 꽤 행동에 변화가 있었던 아이였다. 나름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덩달아서 캠프참여도 하지 않았는데 같이 게임시간을 줄여준 초6 첫째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이 마음이 오래가야 할 텐데.
맛있는 점심식사 이후에는 함께 스마트폰 쉼터를 만들었다.
안 그래도 집에 돌아다니던 바구니에 스마트폰을 넣어두곤 했었는데 이렇게 쉼터를 예쁘게 만들어주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나무로 된 쉼터를 뚝딱뚝딱 만들어보았다. 이게 뭐라고 아이는 또 너무나 즐겁다.
마지막으로는 가족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서 몸으로 하는 놀이를 했다.
이럴때면 참 별거 아닌 거 같이 보이는 것들도 같이 하면 꽤 재밌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놀 수 있는데 나는 왜 아이들과 잘 놀아주지 않았을까. 아무 재료 없이 맨몸으로 또는 공 하나, 뽁뽁이 비닐 하나로도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까르르 넘어간다. 귀여운 아이들. 초3 둘째도 눈이 빛나고 볼이 발그레하다. 이런 사랑스러운 아이를 스마트폰에 빼앗겨선 안되지. 마음을 다잡아 본다.
이제 2박 3일 캠프도, 3주 이후 사후모임도 모두 끝이 났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어떻게 우리의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간이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성인인 나도 벗어나기 힘든 일인데 아이들은 하물며 얼마나 더 어려울까.
이번 교육을 통해 느낀 것은 스마트폰을 적게 쓰자도 아니고 스마트폰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라 부모와의 관계를 더욱 튼튼히 세우고 아이가 즐거워할 수 있는 대안활동을 충분히 제공한다면 아이는 언제든 스마트폰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늘 그렇듯 아이는 잘못이 없다.
엄마인 내가 조금 더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뿐.
늘 부족한 엄마이지만 이렇게 한 걸음씩 성장하려 노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