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세 노세 방학 때 노세.
워킹맘들에게 가장 두려운 시즌이 시작되었다.
이름하여 여.름.방.학.
우리 집 아이들은 돌봄에도 보낼 수 없는 초3과 초6.
혼자 두기는 애매하고 학교 돌봄을 이용하기도 힘든 나이.
염치 불고하고 옆 동에 사시는 친정엄마에게 아이들 점심을 부탁드려 본다.
엊그제 회사 동료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동료의 아이는 우리 첫째와 나이가 같은 초6인데 하루에 6-7시간을 수학공부를 한다고 한다. 방학이니 더욱더 집중적으로 공부를 하고, 선행도 이미 늦었지만(?) 겨우 중3 과정까지 끝냈다고 한다.
겨우 현행수학을 근근이 하고 있는 첫째 생각이 나서 속이 쓰리다.
"너 이번 방학 때 수학 과외 한번 해볼래?"
"과외가 뭔데?" (과외수업이 뭔지도 모르는 녀석.)
"응.. 선생님이 집으로 와서 공부를 봐주시는 거야."
"난 싫은데?"
"친구들은 중학교 과정 다 공부하고 오는데 너만 안 하고 가면 수업 따라라기 힘들 거야."
"그게 뭐 어때서." (으이그.. 어떻긴 이 어미만 속이 터진다.)
그래, 이렇게 관심이 없는데 억지로 시켜서 뭐 하나.
공부는 억지로 시키는 것 아니라는 생각에 과외고민은 여기서 접는다.
"그럼, 너 방학 때 뭐 할 거야?"
"방학이니까 놀아야지!"
(야 이놈아... 이미 엄청 놀고 있잖아.)"........"
"엄마, 수학공부방 아이들이 한국사시험인가 뭔가 친다는데 나도 하면 안 돼?"
"안되긴~ 그거 해보고 싶어?"
"응. 나 한국사시험 쳐보고 싶어."
"그래, 그럼 방학 때 한번 준비해서 쳐봐. 근데 그거 시험이라 생각보다 어려울걸."
"괜찮아. 공부하면 되지 뭐."
나를 닮아 생각이 단순한 아들은 뭔지도 모르고 시험을 친다고 한다.
그래, 너 좋다는 거 해라. 아들의 이번 여름방학 계획은 이걸로 끝.
둘째는 어쩌지. 얘는 인싸기질이 있는 아이라 집에 붙어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집에 있으면 친구들이 놀자고 집으로 데리러 오거나 전화가 와서 늘 불려 나간다.
그런 둘째의 고민은 왜 다른 친구 엄마들은 숙제를 내주는데 엄마는 숙제를 내주지 않는가이다.
"엄마, 나도 엄마가 내주는 숙제하고 싶어."
"정말? 너 그 말 후회할 텐데."
"아니야. 엄마가 숙제하라고 하면 잘할 자신 있어."
"그래. 그럼 문제집 하나 사서 풀어볼까? 뭐 사고 싶어?"
"난 국어를 좋아하니까 국어도 하고, 사회랑 과학은 잘 모르니까 그것도 하고 싶고, 수학은 중요하니까 하고 싶어."
"그럼 거의 전 과목인데 그걸 어떻게 다해? 그중에 할 수 있는 것만 하자. 괜히 문제집 사서 안 풀고 버리면 아깝잖아."
"아니야. 그래도 다 하고 싶어. 문제집 다 사줘. 다 풀 거야." (왜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는 거니??)
"그래... 네가 한다고 한 거지 엄마가 하라고 한 거 아니다~~. 국어, 사회, 과학이 한 권으로 된 문제집이 있네. 이걸로 사자. 그리고 수학 한 권. 이러면 두 권이면 되겠네."
"좋아 좋아~ 엄마 나 매일 다 풀 거야!"
이렇게 샀던 문제집은 하루만 열심히 풀고 결국 처음의 의욕과 다르게 찔끔찔끔 풀고 있다는 뻔히 예상되는 스토리의 전개이다. 어쨌든 둘째의 여름방학 계획도 이걸로 끝.
여름방학은 일단 너무 짧기도 하고 나 또한 의욕이 안 생기는데 아이들마저 뭘 더하라고 재촉하기가 힘들어 본인들이 하겠다는 것만 하고 내버려 두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집 이야기를 들으니 귀가 팔랑거리고 우리 집 애들만 맹탕 놀고 있는 듯하여 문득 속이 쓰리곤 한다.
그래도 방학인데 좀 놀아야지 싶은 이 마음은 아직 정신을 덜 차린 엄마의 마음인가 보다.
집에서 방바닥 긁는 아이들이 불쌍해서 어디 근처에 애들 데리고 가볼 곳이 없나 찾아보고 있다.
역시나 계획성 없는 엄마는 아마도 당일 날 아침에 마음 가는 곳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
이제 막 시작했는데 벌써 기다려진다. 개학!
개학일은 8월 1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