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길 거야, 다이아몬드 게임
“오늘은 딱 두 판만 한다.”
“에이, 그건 너무 했다. 세 판으로 합시다.”
“아냐, 빨리 끝내고 자야 해.”
요즘 매일밤 아이들과 나누는 대화다.
그 이유는 바로 다이아몬드 게임 때문이다.
보드게임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지만 그나마 그중에서 아이들과 할 만한 게임이라 이거 하나 정도는 봐주고 있다. 블루마블은 돈의 종류도 너무 많고 건물도 많은데 시간도 너무 오래 걸려서 몇 바퀴 돌다 보면 이미 싫증이 난다. 루미큐브도 한판하고 나면 통 재미가 없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보드게임이라며 첫째에게 고스톱을 가르쳐 줬는데 이건 둘째는 아직 어려워서 배우지 못하고 있다.
결국 우리의 결론은 쉽고 간단하면서도 게임이 빨리 끝나는 다이아몬드 게임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다행히 나나 아이들 둘 모두 이 게임을 좋아한다.
보통은 아이들이 엄마인 나에게 도전하는 모양새다. 이러나저러나 보통은 내가 다 이긴다. 사실 이 게임은 내가 초등학교 시절 가장 좋아했던 게임이다. 거의 게임 40년 경력의 나를 이기는 일은 쉽지 않으리라.
내가 이 게임을 처음 배운 건 아마도 내가 유치원에 다닐 때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모르겠고 재미가 없어서 열심히 가지고 놀지 않았다. 그러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재미를 알게 되고 초등 고학년 정도까지 게임을 했던 것 같다.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단 한 가지 떠오르는 보드게임이 이 다이아몬드 게임이었는데 이 게임을 내 아이들과 같이 다시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게 되면 다른 보드게임과 달리 이 게임은 자꾸 나를 아주 오래전 초등학생 꼬마로 데리고 간다. 그런데 나름 스스로를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전세가 역전이 되었다. 6학년 첫째가 자꾸 나를 이기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엄마 체면에 이렇게 질 수는 없다. 이제 봐주기란 없다. 초등학생 세 명이 되어 불꽃 튀는 대결을 벌인다.
이렇게 진검승부의 느낌으로 게임을 하다 보면 금세 게임이 끝난다. 처음 약속대로 두 판으로 끝내거나 많아도 세 판으로 마무리한다. 시간도 30분 정도면 끝나서 아주 가뿐하니 부담이 없다.
초등학생으로 돌아갔던 나도 이제 다시 엄마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게임을 정리하게 하고 얼른 씻고 자라는 잔소리를 한다.
내가 이렇게 다 자라서 나의 아이들과 게임을 하듯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엄마, 아빠가 되어서 아이들과 이렇게 게임을 하게 될까. 그때 아이들도 어릴 적 기억을 되새기면서 즐거운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엄마와 함께 했던 즐거운 추억으로.
하지만 그 게임에서 항상 엄마가 이겼던 걸로 기억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앞으로도 계속 내가 이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