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3주 만에 갔더니

누구세요? 텃밭이세요?

by 트윈플레임

7월 중순까지는 텃밭이 꽤 괜찮았다.

그 이후로 한동안 계속 비가 왔고, 그 뒤로는 타는 듯이 더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비가 와서 못 가고, 더워서 못 가고.

텃밭을 시작한 이후로 가장 오랜 기간 방문하지 않고 방치되었다.


지난 주말 두려운 마음을 뒤로하고 용기를 내어 텃밭을 방문하였다.


두둥.

사랑스러운 텃밭은 어딜 가고 밀림숲이 눈앞에 나타났다.

우리 밭뿐만 아니라 주변 밭들 모두 비슷한 사정이었다.

아주 간간이 주인의 손길이 닿아 말끔하게 정돈된 밭이 한 두 군데 눈에 띌 뿐이었다.


'이거 뱀 나오는 거 아냐.'


발 밑을 조심하며 밭을 살펴보았다.

뱀이 문제가 아니라 일단 길이 보이지 않았다. 온통 밭을 다 뒤덮은 풀들 때문에.


그나마 멀쩡한 것은 깻잎나무뿐이고, 그 외 가지, 옥수수, 피망, 고구마, 정도는 말라죽지 않고 살아있었지만 너무나 더운 날씨에 생기를 잃었다.

이 상황에서는 뭔가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밭을 살펴만 보고 올 수밖에 없었다.


햇빛이 조금 덜 쨍쨍할 때 와서 밭을 전체적으로 갈아엎고 가을 작물로 바꿔줘야 될 것 같다.

지금은 저 햇빛 아래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난 분명 밭에 갔는데 그곳에는 숲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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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생생한 고추, 가지를 약간 따 왔다. 밭에 갔는데 빈손으로 오기 섭섭해서.


저 밭을 어찌할꼬.

갈아엎는 것도 보통일이 아닐 듯하다.


남편이 내년에는 작물들을 종류별로 잘 나누어 줄을 세워 키우자고 한다.

"내년에도 하려고? 난 올해만 하고 말려고 그랬는데."


내 말을 들은 남편은 대답이 없다.

"Yes" 인가 "No"인가.

노선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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