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소쩍, 맴맴, 귀뚤귀뚤
이 집에 이사 온 것이 작년 10월이니 이제 거의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이사를 왔을 때는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때여서 창문을 꼭꼭 닫고 생활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동네가 정말로 더없이 조용하게 느껴졌다.
그전 살던 동네가 24시간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동네였다면 새 동네는 저녁 6시만 지나면 길거리에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동네여서 처음엔 적응하기 조금 힘들기도 했다
너무 조용하다는 감탄을 연발하며 지난겨울을 보낸 뒤, 올해 여름에 접어들고 창문을 열고 지내기 시작하면서 새삼 새로운 소리를 듣게 되었다.
간간히 배달 오토바이 소리도 들리고 저 멀리 길고양이 소리도 들리고.
그런데 뭔가 평소에는 듣지 못하던 소리가 들린다.
이건 뭐지?
난 지금 우리 집 안에 있는데 저 멀리서 들리는 저 소리는 새.. 소리인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도심지인 강남역에서 차로 13분, 버스로 24분(네이버 지도 기준) 떨어져 있는 이곳에서 새소리를 듣는다고?
엄청 도시인이라고 자부하며 살았는데 내 일상에 새소리가 찾아오다니.
흔히 듣는 까치나 참새 소리도 아니고 뭔가 다른 소리다.
이 소리의 정체는 무엇일까.
남편에게 물어보니 이름만 들어본 적 있고 본 적은 없는 소쩍새라고 한다.
(아니, 소쩍새 소리는 어떻게 아는 거야.)
남편을 믿을 수 없어 유튜브에서 소쩍새 소리를 검색해 보니 내가 들었던 그 소리가 맞다!
찾아보니 야행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밤마다 울었던 거구나.
나름 소쩍새 소리에 익숙해질 무렵, 한여름이 되었고 소쩍새 소리는 매미 소리에 덮였다.
그렇지, 여름엔 매미 소리가 나야 여름이지.
아파트숲 안에 살고 있지만 눈만 감으면 진짜 숲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역시 매미 소리가 나는 기간은 굉장히 짧았다. 체감 상으로는 거의 하루 이틀 정도밖에 듣지 못한 듯하다.
아직 한낮에는 여름의 열기가 남아있지만 매미 소리가 사라짐과 함께 여름이 물러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주말 밤.
새로운 이 소리는?
'귀뚤귀뚤'
바로 귀뚜라미 소리였다!
아니, 이렇게 소리로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게 될 줄이야!
아직 8월이지만 절기는 무시할 수 없는지 귀뚜라미가 때에 맞게 울어준다.
사실 이사 오고 얼마 안 되어서는 동네가 너무 외져서 싫다고 투덜댔었다.
교통도 좋지 않고 편의시설도 없는 곳이어서 다시 이사를 가야 할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소쩍새의 울음소리를 듣던 그날부터 내 마음은 조금 풀어지기 시작했다.
가끔 전설의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새소리가 왜 그리 좋았을까.
특별할 것도 없는 매미 소리와 귀뚜라미 소리는 왜 그리 정겨울까.
이유는 나도 정확히 모른다.
어쩌면 계절의 변화도 느낄 틈 없이 살아온 삶에 쉼표를 찍어주는 소리여서일까.
마음만 있었지, 자주 가지 못하는 산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는 소리일까.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소리가 아닌 자연의 소리를 스피커가 아닌 실제 소리로 듣는 반가움일까.
도시이지만 도시가 아닌 듯한 착각을 주는 소리에 빠지게 되어 아무래도 이 동네에 오래 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쩍새야, 부동산 투자는 너 때문에 끝난 듯한데 이를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