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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Sep 25. 2023

세상 힙한 운동이 여기 있었네.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

원데이클래스.

나 같은 프로시작러들에게 이 말은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처음부터 한 번만 해보겠다니.

두 번째, 세 번째를 시도하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다니.

그러므로 원데이라는 말이 붙은 경우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시도해 본다.


예전부터 실내 암벽등반에 관심이 있었다.

티브이에서는 주로 아이들 체험으로 많이 나왔지만 주변에 하나둘씩 늘어나는 암벽등반 연습장을 보니 어른들도 꽤 많이 하는 운동인가 보다 짐작했었다.

그저 내게는 실내에서 하는 등산, 딱 그 정도 느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두둥!

실제 연습장에 간 날.

생각했던 분위기가 아니다.


흔히 MZ, 그중 GenZ라고 불리는 그들.

너희들이 왜 여기에 다 몰려있느뇨?


누가 봐도 운. 동. 복. 을 입고 있는 사람은 처음 온 우리뿐.

거기 이미 있던 그들은 그저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벼운 옷차림이었고 특히나 꽤 고난도를 시도하는 사람들은 모두들 청바지 차림이었다.

등산복 느낌을 생각했던 나는 우선 여기에서부터 머쓱해졌다.


그리고 연습장의 자유로움에 두 번 놀랐다.

누가 누구를 가르치거나 하는 것이 아닌 서로 지켜봐 주고 응원해 주는 분위기.

내가 내딛는 한 발 한 발을 봐주고 격려해 준다는 느낌이 꽤 괜찮았다.


거기다 한 가지 더 놀란 점은 모두들 동영상을 촬영한다는 점.

도대체 뭘 찍는 거지?

찍어서 어디에 올리는 걸까?

그냥 모니터 용인가?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겼지만 차마 젊은이들에게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저 먼발치에서 동경의 눈빛으로 지켜볼 뿐.


그렇다고 강습이 없는 건 아니었다.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한 우리들을 뒤쪽 강습 공간으로 데려가서 아주 기초적인 동작들을 알려주었다.

그냥 손잡이를 잡고 마구마구 올라가는 것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나름의 규칙이 있었던 것.

시작점과 완등지점이 정해져 있고 그 사이에 밟거나 잡을 수 있는 홀드가 정해져 있어서 그 안에서 어떻게든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어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

오, 이거 뭔가 퍼즐 같은 느낌인데?


직접 해보니 보는 것과는 달리 꽤 힘들었다.

내 몸이 원래 무거운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무거울 일인가.

팔과 다리의 힘은 꽤 세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또 바들바들 떨릴 일인가.

그다지 높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몇 발자국 위로 올라간 지점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무섭기도 했다.

그렇게 있는 힘없는 힘을 내서 올라갔다 내려오면 에베레스트라도 정복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자, 이제 에베레스트를 정복했으니 집에 가야 할 시간.

생각보다 매력적인 실내암벽 체육관에 등록을 할까 하는 마음이 살짝 생겼으나 아무래도 꾸준히 다닐 자신이 없어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끝이 났다.


그래도 뭔가 젊은이들의 운동을 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제야 알았다.

야외 산에는 어른이들, 실내 산에는 젊은이들이 있었다는 것을.

나는 아직은 그 둘 사이에 있다는 것도.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길 수 있는 것들.

프로시작러의 눈에는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수많은 것들이 포착된다.

자, 그럼 내일은 또 뭘 시작해볼까.

스파크가 튄다. 파바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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