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반찬은 무엇입니까?

by 트윈플레임

요리를 잘 못한다.

그다지 요리에 관심도 없다.

그저 먹는 것만 자신 있다.

그래도 끼니는 매번 돌아오고 배꼽시계는 왜 이렇게도 정확할까.


몇 가지 메뉴로 돌려막기 하는 것도 그때 뿐.

뭔가 뾰족한 수가 있을까 싶어 시판 반찬가게를 기웃기웃거린다.

국도 사보고 밑반찬 종류도 사보고 때때로 일품요리 밀키트도 시도해 보며 어떻게 해야 가장 손이 덜 가고 맛은 있으면서 가격 부담은 덜할까 고민을 한다.


여전히 그 정답은 찾지 못했지만 일단 지금 정착한 루틴은 다음과 같다.

1. 완전조리 또는 반조리 상태로 당일 아침 만든 반찬을 배송해 주는 업체에 일주일 두 번 반찬 배송을 시킨다.

2. 간단한 반찬과 국, 밑반찬으로 나머지 날짜를 돌려막기 한다.

3. 내가 가장 믿는 구석은 역시나 고기다! 요리 실력과 상관없이 구우면 된다! 텃밭에서 나온 상추도 많으니 일석이조. 일주일에 꽤 여러 번 고기반찬이 올라간다. 주로 소고기, 돼지고기 그 밖에 닭과 오리가 가끔씩.

4. 배달음식을 완전히 배제하기엔 우리는 이미 너무 시판음식에 길들여져 있다. 피자, 햄버거, 중국음식, 치킨을 적재적소에 넣어준다. 예를 들어 축구 경기가 있는 날 치킨배달 같은 식이다.

5. 이도저도 안될 경우 과감히 라면을 투입한다. 라면도 요리라는 남편의 철학(?)에 따라 조리는 남편이 하는 걸로 정해져 있다. 내 철학은 라면은 그저 대충 익히기만 해서 먹는 요리라 양립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하지만 이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반찬 배송이다.

이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물론 일주일 모두 배달하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비용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 신기하게도 배달반찬은 집밥과 미묘하게 달라서 오래 먹을 경우 종종 물리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일주일 딱 두 번만 배송 신청을 한다.


반찬배달을 몇 개월째 해보니 약간 요령이 생겼다.

밥 하기 싫은 날에 맞춰 배달을 시키는 것이다.

주로 연휴 다음날 그리고 금요일이다.


누가 뭐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일주일이 끝나는 금요일밤이 되면 나도 같이 놀고 쉬고 싶다.

그런데 다들 느긋하게 쉬고 있는데 나만 밥하고 설거지하느라 동동거리다 보면 좀 화가 난다.

그러므로 반찬이 배달되면 그날은 나도 함께 느긋한 마음이 될 수 있어 메뉴보다는 나의 마음의 평화를 위해 주문을 하는 편이다.


연휴 다음날은 보통 연휴 내내 식사 준비로 분주했던 나를 위한 보상 같은 느낌이다.

집에 엄마가 있는데도 인스턴트나 배달음식을 먹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열심히 밥을 하다 보면 종종거리다 연휴가 끝나고 그 이후에는 더 이상 부엌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진다. 그러므로 그때는 배달반찬이 투입될 때이다.


하지만 나조차도 이제는 배달반찬이 슬슬 물리기 시작하니 이제는 또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매 끼 반찬이 뭐냐고 아이들이 물어보면 그 질문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다.

굳은 표정으로 그때마다 대답해 준다.

"주는 대로 먹는다. 굶지 않음을 감사해라.'

아이가 커갈수록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따뜻한 밥과 무한한 지지의 눈빛이라는데.

밥 하기가 힘든 엄마는 어떻게 하면 돌아오는 이 끼니를 잘 때울까 하는 고민뿐이다.

진심으로 알약 한 알만 먹으면 끼니가 해결되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여러분의 오늘 저녁 반찬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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