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제 차 좀 저녁장소에 대신 몰고 와줄 수 있으세요?”
“아..! 네!”
일단 대답을 했다.
그러고 나서 생각한다.
잠깐만, 사장님 차가 뭐더라?
... 벤츠?!
오후에 외부일정이 있어서 단체로 밴을 빌려서 나간 후 곧바로 저녁식사 장소로 가는 일정이니 저녁을 먹고 다시 회사에 오지 않는 이상 차를 내일 쓸 수 없는 상황이다. 누군가가 차를 저녁 장소로 가지고 가면 딱인데 오후 일정에 저녁식사 참석자 대부분이 다 나가다 보니 가능한 사람이 나밖에 없다. 그래, 내가 해야겠군.
그런데 내가 할 수 있을까?
동승하게 된 동료에게 벤츠 심지어 외제차는 한 번도 안 몰아봤다고 하니 차 다 똑같다며 나를 안심시켜 준다.
"어차피 보험 커버 되잖아! 걱정 말아요!!"
그래, 법인차는 회사직원 누구라도 다 보험이 적용되니 그것 하나는 마음이 놓인다.
해보는 거야. 차가 거기서 거기지.
사실 운전실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서 그것도 걱정이긴 했다.
내 차 외에 다른 차를 운전해 본 적도 별로 없다.
그래도 한편으론 정말 차가 다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막상 차를 타니 요즘 차는 기어는 어디에 붙어있고 사이드 브레이크가 어디 붙어있는지 일단 숨은 그림 찾기를 해야 한다. 오케이, 사이드 브레이크는 왼쪽 버튼, 기어는 핸들 아래 오른쪽 레버, 찾았다!
이제 출발.
저녁 시간 강남대로와 테헤란로는 아직 여섯 시가 되기 전인데도 꽤 막혔다.
운전을 못하면 차라리 천천히 가는 게 마음 편하다. 교통체증을 그럭저럭 즐기며 느긋하게 빠져나온다.
천천히 운전을 하면서 생각했다.
벤츠라고 하면 독일차 중에서도 가장 브랜드 이미지가 높은 차 아닌가.
나도 벤츠를 사려고 했지만(?!) 구축 아파트인 우리 집은 중립주차가 가능해야 하므로 독일차는 살 수 없었다고 해두겠다. (구구절절 믿거나 말거나)
어쨌건 동승자로 타본 적은 있지만 직접 운전을 해 본 적은 없어서 벤츠는 뭔가 다를까 궁금했다. 촌스럽게도 독일차에 대한 환상이 좀 있었나 보다.
결론은?
차는 다 비슷하다!!!
무사히 주차를 하고 주차 위치를 사장님께 사진으로 전송했다.
이제 임무 끝. 즐겁게 저녁식사를 즐겨야지.
벤츠, 까짓 거 별거 아니네!
(그렇지만 내 차면 좋겠어요~~~~오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