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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정말 사랑일까

by 트윈플레임

"사람들이 그러던데, 둘째는 그저 사랑이라며. 진짜로 그래?'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는 친구가 물었다.


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속삭였다.

"내가 특별히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 그거 말이지..... 나 혼자만 힘들기 싫어서 사람들이 그냥 하는 말이야."

친구는 뭔가 세상의 큰 비밀을 알게 된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우리 부부에게는 처음부터 가족계획상 자녀는 둘이었다.

특히 외동으로 자란 나는 무조건 내 아이는 외동이 아니길 바랐고 둘 이상도 좋다고 생각했다.


첫째와 터울이 너무 지면 안될 것 같아 세 살 터울로 계획을 하고 둘째를 임신했다.

다행히 계획대로 첫째인 아들과 성별이 다른 딸이라서 더욱 둘째와 만날 날이 기대되었다.


모두 다 이야기했다.

둘째는 거저 키우는 것이며, 특히 첫째가 아들이고 둘째가 딸이면 훨씬 쉬울 거라고.


하지만 성급한 일반화는 역시나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둘째는 태어나면서부터 예민했고 뭐 하나 쉽게 되는 것이 없는 아이였다.

지금도 나하고는 하나부터 열까지 맞는 것이 없는 로또 같은 아이다.


그러니 둘째가 사랑인지 뭔지 알 겨를이 없이 그저 빨리 시간이 갔으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다.

둘째를 낳으면 좋다고, 너무나 예쁘다고 했던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쟁이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나의 그 마음을 이 조그만 아이도 느꼈을까.

어느 날 밤 자기 전에 다섯 살 아이가 울면서 이야기했다.

"난 집을 나갈 거야. 다들 나를 사랑하지 않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그동안 이 작은 아이를 어떻게 대했길래 아이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나도 같이 울면서 반성했다.

"아니야,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건 우리 공주님이야."


그다음부터 우리 사이는 조금씩 변화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말수가 줄어든 첫째 대신 항상 둘째가 옆에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한다. 오빠와 아빠한테도 엄마 대신 잔소리를 하고, 어딜 가더라도 엄마가 좋다고 옆에 찰싹 붙어 있다. 생일이면 편지를 써주고 틈틈히 재미있는 소설도 써서 보여준다.

이제는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얘가 없었으면 내가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이제는 사람들이 물어보면 자신 있게 대답한다.

"둘째, 낳을 수 있음 꼭 낳으세요. 둘째는 정말 사랑입니다."


우리는 비록 많이 다르지만 결국 이렇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이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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