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는 얼마?

영원한

by 트윈플레임

어릴 적 티브이에서 봤던 광고가 기억난다.

남자가 귀금속 가게 앞에서 반지를 고르고 있었다.

Silver, Gold? 그러다가 지갑 속 연인의 사진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마음을 정한다. 그것은 바로 Diamond!

이렇게 우리의 머릿속에 다이아몬드를 영원한 사랑의 약속이라는 이미지로 굳혀버린 바로 그 광고다.


이 광고 때문인지는 몰라도 결혼을 하게 되면 다이아몬드 반지를 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결혼을 앞두고 청담동과 종로의 귀금속 상점들을 오가며 예물을 골랐다.

예물을 고르는 과정은 흡사 속성 다이아몬드 과외와 같았다.

갑자기 다이아몬드의 품질을 말해주는 4C에 대한 교육을 하지를 않나, 보증서를 발급해 주는 회사들에 대해 알려주지를 않나, 거기다 각 명품 회사의 최신 반지 디자인까지 속속들이 알려준다.


짧은 시간 내에 그 정보들을 머릿속에 입력하며 가장 최적의 반지를 골랐다.

적당한 디자인과 적당한 크기 그리고 적당한 회사.

나름 만족스러웠고 몇 번 끼고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진품 다이아몬드 반지는 매일 끼고 다니기에는 살짝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반지를 끼고 손을 씻으면 왠지 광택이 덜해질 것 같았고 거기다 잠시라도 빼놓으면 잊어버릴까 걱정이 되었다.

결국 반지는 장롱 깊숙한 곳에 자리 잡게 되었다. 그 후 임신, 출산, 육아기를 거치며 액세서리는 더욱더 나의 일상과 멀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주변 여인들의 손가락을 보니 다들 뭔가 반짝이는 것들을 하나씩 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결혼반지를 끼고 다니는 이도 있고 멋쟁이들은 트렌드에 맞는 예쁜 반지들을 끼고 있었다. 밋밋한 손가락은 나 하나뿐 다들 뭔가가 있다는 걸 깨닫고는 불현듯 그 옛날 끼던 반지가 생각이 낫다. 그러나 역시 그걸 꺼내긴 힘들 거란 생각을 했는데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반짝이는 반지를 끼기만 하면 되는 거지?


그래서 급 쇼핑검색을 했다.

있다!

들어는 봤나. 지르코니아.

쇼핑몰을 찬찬히 살펴보니 웨딩촬영용으로 많이들 구매를 하는 듯했다. 그래, 나는 그냥 일상용으로 하나 사자. 기왕이면 알사이즈는 큰 걸로.

막상 3캐럿을 하자니 오히려 너무 큰 것이 심하게 가짜 같아서 2캐럿 사이즈를 골랐다.

두근두근.

배송된 반지를 껴보니 오호 생각보다 괜찮다.

2캐럿 지르코니아 반지와 가드링까지 한 세트다.


이후로 이 반지를 끼고 나가면 모두가 다 진짜라고 생각을 했다. 아마도 나이가 있으니 설마 가짜라고는 생각을 못하는 듯 하다. 그러면 난 그저 살포시 미소를 지어주면 된다.

굳이 진짜와 가짜를 구별해 줄 필요는 없잖은가.


그런데 이 입이 아무래도 근질거려서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내가 먼저 이야기를 해버리고야 만다.


"이거 얼만 줄 알아? 너도 하나 사줄까? 말만 해 1캐럿, 2캐럿, 3캐럿!"


마음껏 손을 씻어도 되고, 빼놓고 어디든 돌아다녀도 되어서 마음이 놓이는 내게는 진짜 다이아 반지보다 훨씬 쓸모 있고 예쁘기도 한 반지.

누가 뭐래도 내게는 이 반지가 나의 2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둘째는 정말 사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