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아들 아침밥 먹이기 작전
요리를 잘 못한다.
그래도 점심, 저녁은 요령껏 헤쳐나가지만 아침 식사만큼은 대단한 방법이 생각이 안 난다.
손웅정 감독의 책을 본 후 가벼운 시리얼과 빵 한두 조각 그리고 과일 정도로도 괜찮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런데 문제는 첫째 아들은 시리얼도 싫고 빵은 입에 대지 않으며 과일은 어쩌다 한번 먹어주는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니 점점 아침을 먹는 날보다 먹지 않는 날이 늘어나는 아들을 보며 한동안 계속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침은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뭘 해주면 잘 먹을 거 같아?"
"베이컨 구워줘."
"음.... 베이컨은 가공육이라 아무래도 건강에 안 좋을 거 같은데.... 그럼 대신 그냥 고기를 구워서 먹는 건 어떨까?"
"그래 뭐, 그것도 괜찮아요."
아침을 먹겠다는 확답을 받은 후 빠르게 새벽배송으로 소고기 한 팩, 돼지고기 한 팩을 주문했다.
소고기는 고민 없이 호주산으로 주문한다. 아침마다 한우를 먹다간 안 그래도 없는 살림이 거덜 날 것 같으니.
아침부터 일어나서 고기를 구웠다.
첫날이니 소고기로 시작해 보자. 호주산 부챗살이 지글지글 잘도 익어간다.
남편은 아침부터 내가 분주히 고기를 구우니 좀 의아해하는 표정이었지만 한번 먹어보라는 내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우유와 샌드위치를 챙겨서 후다닥 밖으로 나간다.
채소를 같이 줘야 할 것 같은데 줘봐야 먹지를 않을 것 같아서 고민이 된다.
그나마 좋아하는 버섯을 같이 구웠다.
"아침 먹어."
7시 45분 식탁에 앉은 아들.
가지고 갈 물병에 물을 담고 둘째를 깨우느라 왔다 갔다 하는 사이.
밥 한 공기를 다 비웠다!
그랬지.
얘는 이렇게 밥을 잘 먹는 애였지.
그동안 내가 고기반찬을 안 줘서 밥을 안 먹었구나.
너의 콜레스테롤이 걱정되어서 고기 주기를 망설였지만 일단 아직은 성장기 어린이니 뭐라도 먹어보자.
채소도 조금씩 더 먹게 되겠지.
밥과 고기를 배부르게 먹고 나가는 아이를 보니 그나마 마음이 좀 놓인다.
학교 급식은 영양사 선생님이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게 해 주시니 아침에 고기 좀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며 스스로를 달래 본다.
아들이 등교한 후 남긴 고기를 먹어보니.
맛있다!
고기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구나.
앞으로 당분간 우리는 아침마다 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