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 Library
여러 군데서 사람이 책으로 나오는 도서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읽은 적이 있다.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학부모책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봤기 때문에 사람 책에 대한 개념을 조금 접해보긴 했었지만 실제로는 어떨지 늘 궁금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우연히 덴마크의 Human Library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이벤트에 참여할 일이 있어서 큰 기대를 가지고 참여해 보았다.
- 시작 전
담당 사서와 관리자가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진행한다. 특히 놀라운 점은 어떤 질문이든 해도 된다는 점이다. 이런 질문을 해도 되나 싶은 질문을 꼭 하라고 이야기해 줘서 더욱 편하게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책과 만나기 전에 우선 독자의 마음을 여는 것부터 시작하는 듯했다.
- '책'과의 만남
이번에는 두 명의 '책'과 만났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첫 번째 책을 만났을 때는 일단 보이는 모습으로 추측을 하긴 했는데 그것이 함정이었다. 그녀는 히잡을 쓴 여성이어서 뭔가 이슬람 관련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있었지만 사실 그녀는 장애인이었다. 30분간 이슬람에 대한 편견 또는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태도 등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본인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대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그냥 모르는 사람 누구나를 대할 때와 똑같이 자신을 대해주면 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을 대하듯이 그렇게 존중하고, 편안하게, 열린 마음으로 대해주는 것. 굳이 다르게 대하지 말라는 것인데 그것이 그렇게 어렵더라.
두 번째 책은 50대 아저씨였는데 ADHD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집중력이 저하된다기보다는 불안과 강박 증상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 회사에서 일도 잘하고 아주 계획적이며 물건을 잃어버리는 적도 없다고 했다. ADHD라고 모두 다 같은 것이 아닌데 아마도 우리는 정신없고 부주의할 것이라는 이미지를 이미 가지고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단지 말은 엄청 빠르고 많이 했다. 30분 동안 다른 사람이 1시간 동안 할 말은 다 한 듯하다.
- '책'을 읽고 난 후
아주 잠깐 동안이나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타인의 삶을 그 사람의 시각으로 보니 그동안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이 보였다. 무슬림 여인으로 사는 것은 어떨지, 장애인으로 사는 것은 어떨지, ADHD를 가진 성인으로서의 삶은 어떨지 솔직히 그동안 궁금해한 적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나와는 상관없는 삶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홈페이지에 가보니 아주 다양한 사람 책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학대 피해자, 노숙자, 동성애자, 조울증 환자 등의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동안 나는 편견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했던 것 같은데 막상 이런 사람들의 리스트를 보니 내가 얼마나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사람은 정상과 비정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