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그 책의 작가가 누군지 궁금해진다.
무슨 생각을 하고, 어디에 살고, 얼굴은 어떻게 생겼고, 목소리는 어떨지.
하지만 막상 작가와의 만남이 있다고 해도 왠지 모를 쑥스러움에 참여신청을 망설였다. 작가를 직접 대면한다고 생각하니 별로 할 말도 없고, 괜히 특별한 감상을 전할 것이 없다는 걸 들킬 것 같아 부끄러웠다.
아이 학교에서 저녁 시간에 그림책 작가님을 모시고 도서관 행사를 진행한다는 알림이 왔다.
내 책이면 오히려 부끄러워서 신청을 못했을 텐데 이번에는 아이 뒤에 숨을 수 있다는 생각에 평소와 다르게 두려움 없이 바로 신청을 했다. 특히 1학년에서 3학년까지만 신청하는 행사라 굉장히 번잡스러울 테니 엄마인 나는 조용히 구경만 하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막상 행사 당일.
신청자가 많아서 추첨까지 해서 가게 된 행사인데 아이가 영 시큰둥하다.
친구와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더 재미있는데 도서관을 간다니 가기 전부터 이미 심통이 났다.
작가님이 오기 전 도서관을 둘러보고 책을 읽으면서 기다리라고 하는데 즐겁게 재잘거리고 책을 들춰보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집에 가고 싶다고 연신 툴툴댄다. 겨우 달래서 자리에 앉혀놓으니 자기는 책은 읽기 싫고 영어학원 숙제를 하겠단다. (굳이? 여기서? 집에서도 안 하면서?)
아이와 실랑이를 하던 중 드디어 작가님이 오시고 강연이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있는 시간을 어떻게 끌고 가실지 궁금했는데 한두 번 해본 느낌이 아니다. 중간중간 퀴즈를 내면서 젤리를 상품으로 건네주신다. 그리고는 실감 나고 재미있게 책을 읽어 주셨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그림책을 이렇게까지 길게 재미있게 같이 볼 수 있다고?
지금까지 아이들 책을 함께 보면서 늘 그림책은 짧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퀴즈를 풀고 숨은 그림을 찾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강연 뒷부분에서는 아이보다 오히려 나의 관심사에 더 맞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어떻게 그림책 화가에서 작가가 되셨는지, 책은 실제로 어떻게 만드는지,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에서 얻는지 등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고 글을 쓰는 작가님이어서 그런지 연신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 글 쓰는 브런치 동료 작가님들이 생각났다.
책의 그림을 그리다 본인의 이야기이면 더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하셨다는 그림책 작가. 나도 나의 이야기면 더 잘 쓸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 질문을 하며 오늘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작가님의 사인 순서.
아이들의 그림 활동지에 사인을 해주시는데 역시 그림책 작가님 답게 그림으로 사인을 해주신다.
멋지다.
얼굴도 예쁘시고, 목소리도 귀여우시고, 말씀도 재밌게 하시고.
정말 반해버렸다.
저 정도는 되어야 작가가 되는 걸까.
나도 더 재미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결국 아이보다 엄마의 사심을 더 채운 작가와의 만남이 되었고 난생처음 참여해 본 작가와의 만남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쑥스럽지 않았고, 또다시 참여하고 싶은 만남이었다.
작가님들, 앞으로 제가 다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