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 사랑, 용서는 탄수화물에서부터
D-day.
1월 1일 그날은 왔고, 나의 새로운 다이어트 여정은 시작되었다.
그간의 경험으로 극한의 다이어트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최대한 내가 평생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고자 했다.
극단적인 식단제한보다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간식을 끊고 식사량을 과식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
뭐 이 정도면 할만하겠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떡볶이를 한동안 멀리해야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
우리 다이어트 그룹은 굳은 의지를 다지며 1월 3일 킥오프 미팅을 했고 결의에 찬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동시에 그룹채팅방을 만들어 서로를 격려해주기로 했다.
1월 1일부터 3일까지는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특별히 굶거나 하진 않았지만 몸무게는 살짝 하향곡선을 그려주었다. 운동은 오전에 가볍게 40분에서 1시간 정도 헬스장에서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병행했다.
문제는 1월 4일.
작심삼일은 내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의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같이 사는 친정 엄마가 떡볶이를 한다고 한다.
극구 말렸다. 물론 떡볶이는 나의 쏘울푸드이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대신 김밥을 말기로 했다.
집에서 먹는 김밥은 참 맛있다.
그런데 왜 지금 이때인가.
몇 개를 먹을 것인가 머릿속으로 고민해 보았다.
4개? 너무 적네. 8개? 그 정도면 거의 한 줄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먹다 보니 몇 개를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에라이, 그냥 먹자.
적당히 배가 부르다 싶을 때 식사를 멈췄다.
흠. 꽤 먹은 듯싶다.
괜찮아. 밥 먹고 좀 움직이면 이게 바로 살로 가지는 않을 거야.
오늘 간식도 안 먹었잖아.
다음 날 아침.
어라? 체중계의 숫자는 어제보다 정확히 1.1kg 늘었다.
내가 특별히 대단한 걸 먹은 것도 아니고 엄청 과식을 한 것도 아닌데 이게 뭐지?
물론 혹자는 매일매일의 체중계 숫자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했다.
나도 안다.
그런데 막상 숫자가 늘어나니 그렇게 불쾌하다.
내가 피자나 치킨, 삼겹살 이런 거나 먹었으면 몰라도 그냥 김밥인데.
그래 이건 다 작심삼일 때문일 거야.
삼일 지나면 분명 무슨 일이 생기잖아.
근데 새해부터 계속 뭔가 참 섭섭하다.
뭘 먹고 나도 계속 허한 것이 계속 계속 배가 고프다.
헝그리 정신은 이럴 때 생기는 건가.
그저 화만 나는데.
아직 제대로 된 다이어트는 시작도 안 했는데 그저 배가 고프다.
심지어 밥도 세끼 먹고 있는데.
아직 갈 길이 멀다.
나는 여전히 배가 고프고.
어, 이 말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