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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Dec 22. 2023

공교육을 떠날 용기 또는 무모함

대안학교 지원 후기 1

나와 남편은 그 시대의 대부분의 아이가 그러했듯이 학생이면 응당 학교에 가는 것이 당연한 사람들이었다.

학교 가는 것이 늘 즐거웠고 특별히 그곳이 안 맞다던지 아니면 벗어나고 싶다던지 하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친척들 중에도 초등, 고등 교사, 대학교수, 교육청 장학사에 이르기까지 유독 교육계 종사자가 많아서 더욱 학교는 나에게 친숙한 곳이었고, 간혹 공교육 무용론을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에도 나는 오히려 공교육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는 쪽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우리 아이들도 으레 집 앞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무난한 생활을 하다 그렇게 계속 상급학교에 진학하겠거니 생각해 왔다. 아무런 의심 없이.


그런 나에게 큰 아이의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한 가지 의문이 생겨났다.

어쩌면 그건 시스템이나 제도에 대한 의문이라기보다는 아이에 대한 의문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

아침에 학교를 가고 오후에 학원을 가고 집에 와서 숙제를 하고 좀 놀다가 잠을 잔다.

단조로운 일상이다. 특별한 문제는 없다.

그런데 문득 저렇게 책가방만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생활만 하다가 금방 중학교를 졸업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괜찮을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아이가 진학하게 될 중학교의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던 불안에 불을 지피는 격이 되었다.

수업을 진행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수업을 들을 상태가 되도록 만드는데 벌써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 이미 중학교부터 나타나는 학습격차는 나쁜 수업태도로 연결되어 전체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리고 과다한 인원수로 인한 여러 가지 부작용들. 이런 것들이 사춘기 아이들의 방황과 맞물려 생각보다 학교생활이 녹록지 않다는 것. 사적인 자리에서 만났기에 현장의 가감 없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내가 막연히 느꼈던 불안감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어딜 가나 그 환경에 적응하고 잘할 거라 믿는 아이지만 그래도 직접 선생님을 통해 실제 모습을 전해 들으니 적잖이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처음 든 생각은 이사를 가야 하나.

하지만 지금 당장 어디로 갈 것인가. 둘째도 생각해야 하고, 더욱이 함께 이사 온 친정엄마 집까지 두 집이 동시에 이사를 가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다. 그리고 또 막상 여기보다 더 나은 옵션이 어디인지도 알 수가 없다.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다. 


그러다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말 그대로 대안학교이다.

내게 대안학교의 이미지는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가는 학교, 일반적이지 않은 아이들이 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대안학교가 있었고, 각 학교별로 특색도 달랐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비인가 학교였고 그 말은 즉 검정고시를 치러야만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당연히 학교는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검정고시를 통한 학위 취득 사이의 간극은 꽤 크게 느껴졌다.


주춤거리는 마음과 그래도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이 충돌했다.

이럴 때는 아이에게 물어봐야 한다. 엄마가 길을 잃을 때마다 가야 할 방향을 보여줬던 아이가 아니었던가.


"너 혹시 친구들이랑 다른 중학교 가는 건 어때? 친구들이랑 떨어져도 괜찮겠어?"

"거기가 어딘데?"

"일반 중학교랑 좀 다른 대안학교에 있는 중학교 과정 수업을 듣는 거야."

"거기서는 뭘 하는 건데?"


생각보다 거부감은 없고 오히려 그곳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한다.

그래, 그렇다면 일단 알아보고 그 뒤에 생각하자. 

그렇게 나의 심리적 거부감을 뛰어넘어 다음 단계로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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