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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Dec 24. 2023

역시 뭘 몰라야 용감해진다.

대안학교 지원 후기 2

"저희 아이들은 이 근처 대안학교에 다녀요."

"아~ 그러시구나. 대안학교는 비싸지 않나요?"

"아이들이 학원을 안 다니니까 그 비용 생각하면 비슷해요."

"거기.. 어디예요?"


대안학교를 알아보기로 결심했으나 사실 어디부터 어떻게 알아봐야 할지 막막했다.

그런데 이런 것이 끌어당김의 법칙일까.

아이 둘을 대안학교에 보내고 있는 엄마를 알게 되었다.


대안학교, 국제학교 이런 것들의 차이를 명확히 몰랐지만 어렴풋이 학비가 비쌀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 비인가 국제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지인들 이야기를 들으니 일단 어마어마한 학비 때문에 그 학교들은 전혀 염두에 둘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 내가 만난 그 엄마는 학비가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다고 하니 그럼 그곳은 어떤 곳일까.


알아보니 우리 집에서 차로는 10분 거리 그리고 버스를 타고는 걷는 시간까지 합쳐서 30분 정도 걸리는 곳에 학교가 하나 있었다. 여기가 그 엄마가 말한 그곳인가 보다.

일단 거리가 가까운 것이 마음에 든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통학이 힘들다면 고려대상에서 제외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각종 정보들을 샅샅이 뒤져보았다. 학비가 무상인 공립학교와 비교하면 당연히 비용부담이 있으나 사교육이 금지된 교칙 때문에 학원을 다니지 못하니 그 비용을 생각하면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시 그 엄마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혹시 아이들 보내는 곳이 여긴가요?"

"맞아요! 근데 여기는 기독교 대안학교 중에 종교색이 강한 편에 속하는데 괜찮으세요? 그것만 괜찮으면 전 정말 강추해요. 저희 아이들과 저는 정말 200% 만족하거든요!!!"


도대체 뭐가 좋은 걸까. 아직 뭘 어떻게 배우는 건지 모르는 나로서는 그저 추천한다는 말만 믿을 수밖에.

그래도 학교를 갈 사람은 아이니까 또 한 번 생각을 물어본다.


"그 학교를 다니면 학원을 못 다닌대. 그리고 QT(성경 묵상)를 매일 아침 한다는데. 좀 힘들겠지?"

"아니. 나 할 수 있는데!"


어라. 이건 무슨 반응이지.

집에서 그렇게 QT책을 좀 보라고 할 때는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수업도 반은 영어로 한대. 그건 따라가기 힘들겠지?"

"나 영어 잘해!"


왜 이러지. 이렇게 자신감 넘치는 스타일은 아닌데.

그래도 아들의 승낙을 얻었으니 지원을 해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가고 싶다고 내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인을 통해 들으니 지원한다고 다 뽑히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학생수가 있기에 지원자가 많으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지인의 아이도 처음 지원했을 때는 뽑히지 못하고 대기로 있다가 겨우 학기 시작 직전에야 자리가 나서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지원 절차도 간단하지가 않다.

학교 설명회에 참석한 후 별도로 요청을 해야 지원서를 받을 수 있고, 지원서의 내용도 내 기준에는 너무나 어려워서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엄마, 아빠가 각각 따로 작성해야 하는 독후감은 보기만 해도 부담이 되었다.

학교 선생님 추천서와 다니는 교회 목사님 추천서가 필요해서 학교 지원을 비밀리에 하지 못하고 다들 알게 된 것도 부담이었다. 

힘들게 지원서를 작성하여 접수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겨우 아슬아슬하게 지원서와 각종 필요서류들을 제출했다.


그리고 드디어 입학을 위한 학생과 학부모의 시험과 면접일이 다가왔다.

학부모 면접은 아버지, 어머니 둘 다 필참이다.

나의 진학이 아닌 아들의 진학을 위한 면접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렇게 우리 셋은 미래의 학교가 될 수도 있는 곳으로 아침 일찍 출발했다.

그때는 알지 못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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