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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Jul 28. 2024

그래서 도대체 뭘 팔러 간다고?

내가 고물상에 다닌다고 하면 열 중 아홉은 이 질문을 한다.

"근데 도대체 뭘 팔아?"


이런 것들을 판다.

각종 금속류 (알루미늄 샷시, 신주, 양은, 구리, 그 외 고철이라고 통칭되는 것들)

헌 옷 (옷, 신발, 가방, 홑이불)

종이 (책, 각종 종이류 그러나 종이박스는 제외)

전선 (온갖 종류의 전선들, 인터넷 선은 제외)

모터 - 주로 선풍기, 진공청소기 안에 있는 소형 모터

티브이나 컴퓨터 모니터


거의 플라스틱 재질의 것들 외의 대부분이 다 고물로 팔 수 있다.

집 안에 앉아서 한 바퀴 둘러보면 거의 대부분이 해당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끔 다 팔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처음 시작은 친정엄마와 우리 집 짐을 합치다 보니 알 수 없는 수많은 잡동사니들이 나와서였다.

책, 옷, 냄비들을 정리하다 보니 그냥 버리기에는 일단 양이 너무 많기도 했거니와 그냥 버리기가 아깝기도 했다. 그러다 당시 살던 빌라에서 나오는 11집의 고물이 합쳐졌다. (생각보다 11집에서 내놓는 양은 매주 엄청나다!)


당시 우리 동네는 빌라들이 모여 있는 동네였고 고물 수집하는 분들이 수시로 돌아다니며 분리수거함을 들여다(?) 보고 가셨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이 가져가느니 이웃집에서 가져가는 게 좋겠다고 친히 우리 집 앞에 고물을 놔두시는 이웃도 계셨다. (다른 사람들이 가져갈까 봐...)


그러다 보니 알음알음 앞빌라에서도 옆빌라에서도 뭐가 생기면 자꾸 준다.

지나가다 보면 자꾸 준다.

나는 그다지 받고 싶지 않았지만 자꾸자꾸 생겨났다.


무엇보다 대박은 이사 가는 집이었다.

동네에 이사를 오고 가는 집은 왜 이렇게도 많은지.

"혹시 이거 버리시는 거예요?"

한마디 물어보기가 무섭게 온갖 고물들을 제발 가져가라며 고양이 눈을 뜨고 쳐다보신다.


그러다 보니 주기적으로 고물상에 드나들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사실 가기 귀찮을 때가 많은데...

절대 아무것도 그냥 버리지 못하는 나를 보면 너무 청승 맞고 화가 나지만 도무지 물건을 그냥 버리지를 못하겠다. 이것도 병이겠지?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그나마 고물 회수(?) 건수가 줄다 보니 다행히 고물상 출입 횟수가 줄었다.

너무나 기쁜 일이다.


그런데 왜!!

아랫집 아저씨는 갑자기 신발장을 정리한 것을 들고 나오다가 마주쳐서 우리에게 신발을 주시는 것이며, 위에 윗 집 아저씨는 버리는 선풍기를 친정 엄마 손에 들려주신 걸까.


끝이 나지 않는구나, 이 질긴 고물상과의 인연.

언제까지 가는지 한번 지켜보련다.




고물상에서 바라본 고층 아파트들. 저들은 여기에 뭐가 있는지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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