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선풍기는...
엄마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물 중의 하나는 단연코 선풍기이다.
도대체 선풍기가 왜?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일단 생각보다 많은 선풍기가 버려진다.
이 골목 저 골목 곳곳에 나와있다.
심지어 사용가능하니 가져가도 된다는 글이 붙어있는 선풍기도 다수다.
여름이 오기 전, 여름 내내 그리고 여름이 갈 때까지.
선풍기가 왜 버려지는지는 궁금하지 않다.
다만, 이 선풍기를 가져다가 어떻게 사용할까에만 관심이 있다.
우선 선풍기를 하나하나 분해한다.
선풍기 망은 고철로 팔 수 있다.
그리고 선풍기 전선은 그야말로 전선으로 판다. 전선은 값이 좀 되니 더 소중하다.
마지막으로는 선풍기의 모터를 팔 수 있다. 모터 또한 가격을 잘 쳐주니 잘 모았다가 판다.
그럼 나머지 부분은?
이미 조각조각 분해된 플라스틱들은 잘 모아서 재활용으로 분리수거한다.
분해하기도 어렵지 않고 들고 다니기도 무겁지 않은데 값이 나가는 전선과 모터를 얻을 수 있는 선풍기는 아주 쓸모 있는 제품이다.
여름 내내 우리를 시원하게 해 주는데 상태가 심상치 않아 지면 이렇게 마지막까지 남김없이 주고 떠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닌 아낌없이 주는 선풍기다.
오늘도 내 옆에서 열일하는 선풍기야.
너는 언제나 참 쓸모가 있구나.
그래도 난 적어도 네가 작동하는 동안에는 버리지 않을 거야.
마지막까지 우리 함께 이 무더운 여름을 잘 보내자꾸나.
덧, 미안하지만 손풍기는 안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