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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하기엔 살짝 먼 당신

고물상에서 만난 사람

by 트윈플레임

똑단발의 그녀.

유리문 건너편의 단호한 그녀.

남편과 키우는 강아지에게는 다정한 그녀.


언뜻 보아서는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그녀는 오늘도 새시 문안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이거 자석에 붙어요, 안 붙어요?"

"현우 씨, 여기 있는 거 저기로 좀 옮겨요."

"됐어요~" (무게 재기가 끝났다는 말.)

별다른 대화는 없다. 그저 이런저런 지시하는 것을 들을 뿐.


대화를 나누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물상 N연차가 되고 보니 뜨문뜨문 그녀의 속사정을 알게 된다.

고물상을 한 지는 십 년이 넘었다는 것.

현재 고물상 부지는 임대가 아닌 소유라는 것.

나보다 나이가 많은 딸이 있다는 것.

경상도 어디 지역 사람이라는 것.


목소리는 톤이 높고 늘 무표정한 그녀이지만 유일하게 미소를 보내는 대상이 있다. 그건 바로 그녀가 기르는 강아지. 사실은 개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겠다. 크기를 생각한다면.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일로 와봐요."

뭘까.

내가 뭘 잘못했나.

부르는 데로 가보니 뭔가를 꺼내서 건네준다.

그건 바로 일할 때 쓰는 목장갑.

"우리같이 나이 든 사람은 몰라도 젊은 사람은 이거 끼고 해야 돼."


나도 그다지 젊은 나이는 아닌데 고물상에 가면 꼬꼬마가 된 듯하다.

평균연령이 70세 정도는 돼 보이는 곳이니 40대인 나는 꼬마로 보이겠지.

그다지 곱지도 않은 손인데 맨손으로 일하는 게 안타까워 보였나 보다.

그다음부턴 일할 때는 꼭 장갑을 낀다. 내 손은 소중하니까.


이렇게 하나를 더 알아간다.

그녀는 보기와는 다르게 세심하게 다른 사람을 살피고 신경 쓰고 있다는 걸.


"아줌마, 빨리 하고 차 빼욧!"

아.. 하지만 고운 말이 오가지는 않는 곳.

여기는 뭔가 다른 세계, 고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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