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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Sep 14. 2024

추석 전 꼭 고물상에 가야 하는 이유

고물상에도 추석이 와요.

"언제 시간 되니? 금요일, 토요일?"

"이번 토요일에는 시간이 안될 것 같으니 금요일 저녁시간에 가요."


엄마와 철석같이 약속을 했다.

함께 고물상에 가기로.

그동안 밖에 나가면 숨이 막힐 것 같은 더위 때문에 고물상 출입을 자제했었다.

햇빛을 피할 곳 없이 땡볕 아래서 꼼짝없이 한 시간 가까이 작업을 해야 하니 한여름에는 저절로 이 오래된 레퍼토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내가 도대체 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땀을 한 바가지를 흘려가며 이러고 있는 거지?!


그런데 웬걸.

금요일에는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비를 쫄딱 맞으며 일하기엔 또다시 입에서 진부한 레퍼토리가 랩처럼 터져 나오기 십상이라 금요일은 패스.

물론 비가 오면 고물상 저울 기준이 달라서 그걸 피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하지만, 꼭!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추석 전에 고물상에 방문을 해야 한다.

물론 여름 내 쌓아둔 물건을 빨리 비우고 싶은 목적이 크지만 그것보다도 더 큰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고물상 단골들을 위한 추석 떡값 봉투 때문이다!!!

처음 봉투를 받았을 때는 이게 무엇인지도 몰랐다.

사장님이 뭘 잘못 계산하셨나.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고물상 출입 등급에 따라 차등지급되는 떡값 봉투가 있다는 것을.


우리같이 소소한 단골들은 2만 원.

좀 더 자주, 많이 오는 단골들은 5만 원.

개인으로 오는 게 아닌 거의 사업으로 들락거리는 단골들은 10만 원 선이라고 들었다.


누가 얼마를 받던 상관없다.

일단 2만 원이면 옷을 50kg 정도는 가져가야 받을 수 있는 돈인데 이 돈을 거저 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감사하다. 이렇게 정겨운 고물상이라니.


이번에는 특히 일 년 내내 모은 신주(황동)를 20kg나 가지고 가서 13만 원 거금을 번 데다 떡값 2만 원까지 더해져서 고물상을 나설 때는 주머니가 두둑한 것을 느끼며 문을 나섰다. 뿌듯하기가 그지없다.


역대급으로 더운 추석이라 땀을 뻘뻘 흘리며 진부한 레퍼토리의 랩을 여지없이 쏟아내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풍성하니 한가위가 온 것이 맞나 보다.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고물상을 나서지만 추석만큼은 예외다.

'다음 설날까지만~ 그때까지만 하고 그만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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