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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Oct 16. 2024

강남 고물상의 일잘러

고물상에서 만난 사람 2

직장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일을 많이 하다 보니 그 사람이 일을 하는 방법이나 태도 같은 것을 눈여겨보는 편이다. 흔히 일 잘하는 사람이란 명확한 목표 아래 그 목표를 초과달성하는 사람일 텐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을 하는 태도여서, 주변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 영향력을 펼치는 사람을 일 잘하는 사람으로 꼽을 수 있다.


강남 고물상의 일잘러는 단연코 이 사람이다.


개인정보는 소중하니 여기서는 '현우 씨'라는 가명을 사용하겠다.

외모로 봐서는 대략 나이는 70세가 넘은 듯하다.

체구는 작지만 다부진 편.

군살이 하나도 없이 말랐다. (이건 매우 부러움.)

종일 밖에서 일을 하므로 그을린 피부.

늘 야구모자를 쓰고 일한다.

담배를 가끔 바깥 담벼락 밑에서 피운다.

4~5년간 고물상에 드나들면서 웃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현우 씨에게 감탄하는 점이 있다.

잠시도 쉬는 적이 없다. 담배 피우고 밥 먹는 잠깐의 시간들 외에는 늘 뭔가를 하고 있다.

손도 엄청 빠르다. 동작이 워낙 빠릿빠릿해서 순식간에 하던 일들을 끝낸다.

분명 일이 힘들 텐데 쉴 새 없이 일을 한다. 일이 없으면 마당이라도 쓴다.

내가 사장이라면 진짜 믿음직한 직원일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사장님 남편이나 동생, 아니면 친척인가 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내 사업 아니면 저렇게 열심히 할 수가 없다 싶어서.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한 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고물상의 고객들에 대한 친절이 한 열 스푼 정도 빠져있달까.

본인이 빨라서 그런지 다른 사람이 조금이라도 꾸물거린다 싶으면 계속 옆에 가서 재촉을 한다.

뭔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으면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낸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거나 맞춰주는 일 따위는 고물상 직원 R&R에는 아예 없는 일인 듯하다.


한 번은 하도 불친절해서 고물상 사장님께 이야기를 했더니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란다.

늘 화난 얼굴로 손님들에게 소리를 질러서 사람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본인이 수십 번 말해도 고쳐지지 않으니 오히려 우리 보고 이해를 좀 해달라고 한다.


그래, 내가 사장이라면 도대체 어딜 가서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

미우나 고우나 잘 데리고 가야지.

성격이 조금 불 같다고 해서 잘하는 일을 못한다고 할 수는 없지.

게다가 고물상은 다른 업종에 비해 친절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낮은 업종이니 이 정도는 그저 좀 많이 시크한 것으로 포장을 해본다.

 

그래도 진정한 일잘러는 태도 면에서도 우수해야 하는 법.

앞으로도 그의 변화에 대한 기대는 버리지 않을 예정이다.


"아저씨! 이번 주말엔 저희가 좀 느려도 이해해 주세요~ 화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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